2025 푸드 트렌드, 저속노화-불황형 소비 주목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15일 03시 00분


[푸드 NOW]
혈당지수 낮추는 저속노화 식단… 건강하고 활력 있는 노화 과정
불황에 값싼 ‘못난이 농산물’ 인기
치유와 긴축을 통한 성장 기대

십이지신 중 여섯 번째 동물인 뱀은 보기에 무서워 보일지 몰라도 알고 보면 긍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뱀은 한꺼번에 많은 알을 낳기 때문에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기도 하고, 허물을 벗고 새롭게 거듭나는 신체능력 덕분에 변화와 치유, 불사를 뜻하기도 한다. 꿈에 뱀이 나오면 재물이나 자녀를 얻는다는 해석으로 이어져 길몽 중의 길몽이다. 2025년은 푸른뱀(靑蛇)의 해, 을사년(乙巳年)이다. 푸른색은 생명력과 성장을 뜻한다. 좋은 뜻을 가진 해인 만큼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식음료업계의 어려움이 치유와 긴축을 통한 성장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올해 푸드 트렌드는 크게 두 가지 키워드로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저속노화와 웰에이징이다. 저속노화는 천천히 나이듦을 뜻하는 용어로 건강한 식단, 충분한 수면, 꾸준한 운동 등을 통해 노화 속도를 늦추는 건강 관리 방식을 말하며 웰에이징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의 균형을 잘 유지하며 건강하고 활력 있는 노화 과정을 말한다.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노화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지만 평균 수명 증대, 고령화 등으로 웰에이징이 주목받고 있어 노화 방지 관심도와 건강관리 노력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정제곡물이나 단순당 섭취를 제한하고 잡곡밥, 채소, 단백질 등 혈당지수(GI)가 낮은 식재료 위주로 구성된 식단을 ‘저속노화 식단’이라고 하는데 사실 이 식단은 당뇨와 고혈압 환자를 위한 식단이었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가 ‘새해엔 남들보다 뇌가 늙는 속도를 4분의 1로 줄이는 식사를 해 보자’라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화제를 모았다. 노년층은 물론이고 2030세대들도 저속노화 식단 챌린지에 도전하는 등 새로운 푸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단순 다이어트 차원을 넘어 새로운 건강관리 방법이자 건강하고 활력 있게 천천히 나이 들기 위한 하나의 루틴이다. 탕후루, 마라맛 같은 자극적인 맛보다는 병아리콩, 퀴노아, 곤약밥 같은 곡물이나 정제 탄수화물 제한 식품의 성장이 기대된다.

두 번째는 불황형 소비다. 지속적인 경기 침체에 이어 비상 계엄, 탄핵 정국, 항공기 참사 등으로 인해 환율이 치솟는 등 불안정한 경제 상황은 외식업주들은 물론 주부들의 장바구니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가격에 민감해 최저가, 할인, 1+1 같은 프로모션이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못난이 농산물’ 같은 가성비 소비가 주목받고 있다. 스타트업 ‘어글리어스’는 못난이 농산물 랜덤 박스 정기 배송 서비스를 선보였다. 어글리어스 홈페이지 캡처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못난이 농산물’ 같은 가성비 소비가 주목받고 있다. 스타트업 ‘어글리어스’는 못난이 농산물 랜덤 박스 정기 배송 서비스를 선보였다. 어글리어스 홈페이지 캡처
긴축 소비에 이어 생필품 중심의 소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기존에 상품성이 없던 식료품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를 증진하는 방법도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못난이 농산물이다. 못난이 농산물은 맛이나 품질에 문제가 없지만 색깔이나 크기, 흡집 등으로 외모 심사에서 탈락한 농산물을 말하는데 이는 농산물 전체 생산량 중 20∼30%나 된다. 과거 못난이 농산물은 유통사들의 엄격한 기준으로 외면받고, 소비자들도 선호하지 않았지만 고물가 시대에 못난이 농산물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졌다. 마켓컬리는 못난이 채소만 모아 놓은 브랜드 ‘제각각’을 론칭했고, 홈플러스는 ‘맛난이 농산물(맛 좋은 못난이 농산물)’이라는 이름으로 위트 있는 프로모션을 실시하고 있다. 스타트업 ‘어글리어스’는 못난이 농산물 정기 배송을 통해 1, 2주 또는 3주에 한 번씩 못난이 농산물 랜덤 박스를 집으로 보내는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이마트에브리데이와 홈플러스는 각각 못난이 상품 브랜드 ‘신선흠’(위 사진)과 ‘맛난이 농산물’(아래 사진)을 선보여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에브리데이·홈플러스 제공
이마트에브리데이와 홈플러스는 각각 못난이 상품 브랜드 ‘신선흠’(위 사진)과 ‘맛난이 농산물’(아래 사진)을 선보여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에브리데이·홈플러스 제공
이러한 움직임은 2014년 프랑스 슈퍼마켓 앵테르마르셰(Intermarch´e)에서 실시한 캠페인과 굉장히 비슷하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푸드 업사이클링이나 윤리 소비, 가치 소비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을 때였다. 앵테르마르셰는 버려지는 것에서 상품성을 찾고자 흠집이 나거나 크기가 불균형해도 맛이나 품질 면에서 문제가 없음을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해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과일이나 채소를 구입할 수 있게 되었고, 농가는 추가적인 소득이 생겨 서로에게 윈윈이었다. 합리적 소비를 하고 싶거나, 식품 가공 과정에서 버려진 부산물을 활용한 와인, 핸드백, 보디워시 등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상품으로 업사이클링된 상품을 찾는 이가 늘면서 일시적 유행으로 멈추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뱀이 쓰라리게 아픈 과정을 거쳐 허물을 벗어야 새로운 모습으로 성장하는 것처럼, 올해 국내 식음료계도 치유와 긴축을 통한 성장을 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에 도전해 봤으면 한다.

#2025 푸드 트렌드#저속노화#못난이 농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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