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으로 수출 장벽 돌파… ‘K뷰티’ 올해도 세계인 홀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16일 03시 00분


식약처, 화장품 수출 규제 개선 지원
작년 화장품 수출액 102억 달러… 3년 만에 역대 최대 기록 경신
글로벌 기준 맞춰 제품 생산관리… 할랄 인증 등 현지 절차 간소화
올해부턴 안전성 평가 기술 지원

지난해 화장품 수출액이 100억 달러(약 14조7070억 원)를 넘었다. 2012년 10억 달러(약 1조4700억 원)를 돌파한 뒤 12년 만에 10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우수한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통한 ‘K콘텐츠’ 확산이 화장품 수출액 증가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화장품 수출 관련 행정 절차를 개선하고, 상품을 수출하는 국가의 인허가 정보를 제공하는 등 규제 혁신으로 화장품 업계를 지원해 왔다.

● 화장품 수출 100억 달러 돌파

13일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 수출 규모는 전년 대비 20.6% 증가한 102억 달러(약 15조 원)를 기록했다. 기존 역대 최대 수출액인 2021년 92억 달러(약 13조5300억 원)를 3년 만에 경신한 것이다. 화장품 수출액은 2012년 10억7000만 달러(약 1조5700억 원)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여 왔다. 2023년 한국은 프랑스, 미국, 독일의 뒤를 이어 네 번째로 큰 화장품 수출국이었다.

지난해 한국 화장품을 가장 많이 수출한 국가는 중국(25억 달러), 미국(19억 달러), 일본(10억 달러), 홍콩(5억8000만 달러), 베트남(5억3800만 달러) 순이었다. 화장품 수출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감소했다. 중국 수출 비중은 2021년 53.2%에서 2022년 45.4%, 2023년 32.8%로 낮아지다 지난해 24.5%로 처음으로 20%대를 기록했다.

반면 미국 수출액은 2023년 대비 57.0% 증가했으며, 일본 수출액은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한국 화장품은 지난해 미국 내 수입 화장품 점유율 1위를 기록해 ‘전통의 강호’ 프랑스를 넘었다. 아랍에미리트 수출액은 2021년 4000만 달러에서 3년 만에 1억7000만 달러로 4배 넘게 증가하며 한국 화장품 수출의 다변화를 이끌었다.

제품 유형별로는 기초화장품 수출이 76억7000만 달러로 가장 많았다. 색조화장품(13억5000만 달러), 인체 세정 용품(4억7000만 달러)이 뒤를 이었다. 색조화장품은 기초화장품보다 수출액 증가율이 높았다. 색조 브랜드 티르티르가 출시한 흑인 피부에 맞는 쿠션 파운데이션은 미국 아마존 뷰티 카테고리 판매 1위를 달성하는 등 해외에서 ‘K화장품’은 매출과 인지도 부문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 규제 장벽 낮춰 해외시장 진출 지원

식약처는 K화장품의 세계화를 위해 규제를 합리화해 화장품 업계가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 국내 화장품 제조관리기준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과 동등하게 조정해 기업의 부담을 완화했다. 2020년 3월부터는 세계 최초로 ‘맞춤형 화장품’을 도입해 나만의, 나에게 맞는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빠르게 발맞출 수 있도록 도왔다.

제한된 포장 면적에 작은 글씨로 표시되던 화장품 정보를 효율적이고 명확하게 제공하고, 제품 포장·용기 디자인을 다양하게 할 수 있도록 화장품 e-라벨 시범사업도 시행 중이다. 화장품 표시 사항 중 제품명, 사용기한 등 주요 정보는 제품에 크게 표시하고, 전성분 등 나머지 사항은 QR코드 등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식약처는 e-라벨 사업에 대해 올해 하반기 법제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식약처는 화장품 업체들이 수출국의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규모 할랄(이슬람 율법에 따라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 시장인 인도네시아에서는 내년부터 화장품에 할랄 여부를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이에 식약처는 인도네시아 당국과 협의해 한국에서 받은 할랄 인증을 인도네시아에서 면제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또 국내 화장품 영문증명서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고, 중국에 화장품 허가를 등록할 경우 한국에서 발생된 전자 판매 증명서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 수출 기간을 줄였다.

● 안전성 평가로 글로벌 규제 대응

K화장품이 세계로 더 뻗어 나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미국, 중국 등 한국 화장품의 주요 수출 대상국은 소비자 안전을 이유로 안전성 평가제도를 포함해 화장품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식약처는 올해 하반기부터 안전성 평가를 도입해 기업들이 글로벌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의 규제는 강화되고 있지만 한국 화장품 업체들은 대부분이 중견 소규모 업체로 안전성 평가자료 수집과 전문가 선임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기업들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업계 규모와 품목별로 단계적으로 안전성 평가를 도입하고, 안전성 평가 컨설팅과 연구개발(R&D)을 지원할 예정이다. 주요 국외 규제 현황 정보 등을 제공하는 플랫폼과 안전성 평가 기술을 지원하기 위한 평가 전문기관도 신설한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지난해 한국 화장품 수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은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제품 개발 노력과 정부의 규제 지원,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함께한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화장품 규제 혁신과 글로벌 규제 외교를 통해 수출을 지원하고 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해 우수한 품질의 한국 화장품이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는 데 든든한 지원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화장품 수출#K뷰티#K-콘텐츠#규제 혁신#안전성 평가#글로벌 시장#할랄 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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