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금정산 60일 원칙’ 어긴 쿠팡… 공정위 제재 착수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17일 03시 00분


기한 어기고 지연이자도 안줘
공정위, 쿠팡 측에 심사보고서
납품업체들 “돈맥경화” 호소
‘정산기한 단축’ 신호탄 될지 주목

쿠팡이 판매자들에게 대금을 늦게 주면서 이자를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 같은 대형 유통업체의 정산 기한은 60일로 비교적 길어 영세 업체 유동성 위기로 이어진단 지적이 많았는데 ‘60일’ 원칙도 지키지 않았다. 이번 공정위의 쿠팡 제재 착수는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에도 불구하고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대형 유통업체의 정산 기한 단축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쿠팡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를 마치고 쿠팡 측에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심사보고서는 검찰 공소장에 해당하는 서류로, 이에 따라 공정위가 연내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가 된 건 쿠팡이 직매입 납품대금을 밀려 지급하면서 이에 대한 지연이자를 주지 않았다는 의혹이다.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라 쿠팡과 같은 대형 유통업체가 상품을 직매입하면 수령일로부터 60일 안에 대금을 정산해 줘야 한다. 이보다 늦어질 땐 지연이자를 줘야 한다. 쿠팡에서 판매되는 상품 대부분은 쿠팡이 납품업체로부터 직접 사들여(직매입) 자사 물류센터에 쌓아둔 뒤 직접 배송하는 상품으로, 이 같은 규정을 적용받는다. 쿠팡이 미지급한 지연이자는 수억 원대로 알려졌다. 쿠팡 측은 “공정위 심의 절차에서 성실히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간 영세 사업자들을 중심으로는 법에 규정된 60일의 정산 기한도 지나치게 길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업계 1위인 쿠팡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드러나지 않은 정산지연 피해가 더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공정위가 내놓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몰에 물건을 납품하는 업체 중 대금 지연 지급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11.9%였다. 이 비율은 2022년 3.7%, 2023년 2.6%였는데 지난해 급증했다.

제때 대금을 받더라도 긴 정산 기한 탓에 유동성 위기를 호소하는 판매자들도 적지 않다. 쿠팡에서 의류를 판매하는 박모 씨(36)는 “쿠팡에 주는 광고비를 빼면 남는 게 없을 정도인데 그마저도 두 달 만에 들어오니 ‘돈맥경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물건 사입(仕入·물건을 사들임)이 어려울 정도”라고 토로했다.

유통업체로부터 정산받기 전까지 은행 대출로 유동성 위기를 메우는 영세 업체도 급증하는 추세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은행권에서 신규 취급한 선정산 대출액은 누적 4조5758억 원에 달했다. 연도별 취급액은 2019년 252억 원에서 해마다 불어나 2024년 1∼7월 1조2757억 원까지 불었다. 선정산 대출은 중소 상공인이 납품·판매대금을 정산 받기 전까지 매출채권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상품이다. 업체별로 보면 쿠팡 납품업체들이 빌린 돈이 1조9088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지난해 대규모 미정산 피해가 있었던 티몬, 위메프가 뒤를 이었다. 쿠팡 납품업체들은 2023년 한 해에만 평균 연 5.41% 이자를 내고 5659억 원을 은행에서 빌렸다. 또 다른 쿠팡 판매자 A 씨(42)는 “내 돈 받는데 내가 이자를 내는 꼴”이라고 했다.

앞서 정부는 티몬, 위메프 등 오픈마켓에 대해 ‘구매 확정일로부터 20일’의 정산 기한을 도입하는 ‘티메프 방지법’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쿠팡, 마켓컬리 등 직매입 업체는 이 같은 제도 개선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대규모유통업법을 고쳐 60일의 정산 기한 단축을 검토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실태조사를 마친 뒤 정산 기한을 줄일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대금정산 60일 원칙#오픈마켓#티메프 방지법#대규모유통업법#마켓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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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추천 많은 댓글

  • 2025-01-17 10:55:07

    결재만 그렇게 늦게 주면 다행입니다. 쿠팡에서 매출에 몇%씩 성장장려금까지 받아가요 저들이 성장해놓고 엉둥하게 납품업자에게 받아가요 완전희 양아치 깡패입니다 영세한 셀러른 피를 빨아 먹고 있어요 정말 남게 없어요 그럼 쿠팡에서 안 팔면 되지않는냐고 하시겠지만 또 안할 수도 없어요 워낙에 장사가 안되니까요 제 말이 거짓말 같으면 한번 해보세요 광고비에 수수료 등 내면 없엉ㅛ 울며 겨자 먹기씩으로 해요

  • 2025-01-17 17:30:59

    정말 아이러니 남는게 없는데 할수밖에 없다. 수익이 줄면 손절 치고 다른거 준비 했어야지 멍청하게 계속 이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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