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R1 엔비디아 ‘저비용’ H800 사용…개발비용 78억 불과
SK하이닉스·삼성전자 매출 감소 우려…AI반도체 생태계 확대 기대도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 Seek)가 저가형 반도체로 고성능 AI 모델을 출시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단기적으로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 AI생태계 저변을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도 감지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딥시크가 최근 선보인 ‘추론 AI’ 모델 ‘딥시크 R1’은 일부 성능 테스트에서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추론 AI 모델 ‘o1’보다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력과 함께 주목받은 것은 개발비용이다. 딥시크가 R1 개발에 투입한 비용은 557만 6000달러(약 78억 8000만 원)에 불과하다. 이는 월가에 AI 열풍을 불러일으킨 오픈 AI가 최신 챗GPT에 투자한 비용 1억 달러(약 1438억 원)의 20분의 1 수준이다.
딥시크는 미국의 대중 제재 때문에 엔비디아의 최첨단 AI가속기인 H100 대신 성능을 다운그레이드 시킨 H800을 훈련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 등 미국의 AI 업체들이 최대 1만 6000개 이상의 전용 칩이 필요한 슈퍼컴퓨터로 챗봇을 훈련키는 데 비해 딥시크 엔지니어들은 약 2000개의 칩만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반도체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AI모델 개발에 필수적으로 여겨졌던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칩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27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16.97% 폭락한 118.42달러를 기록, 시총은 하루새 5890억 달러(약 846조원) 정도 증발했다. 이는 미국 증시 역사상 일일 최대 손실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독점 공급하며 승승장구했다. 삼성전자는 HBM 5세대인 HBM3E를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위해 품질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엔비디아가 타격을 입을 경우 국내 반도체 업체 역시 매출 감소 등의 위기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다만, H800과 같은 저성능 칩에는 메모리도 과거 세대 HBM인 HBM3가 탑재되는데,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에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장기적으로 AI 생태계가 넓어져 긍정적일 수 있다는 기대도 감지된다.
AI를 두고 미국과 중국이 패권 경쟁으로 반도체 자급자족 경쟁이 심화될 경우 우리 기업의 수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딥시크의 AI 개발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우리는 기술 기업을 최대한 활용해 전례 없는 방식으로 미래를 지배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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