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동안 미국 증시를 뒤흔든 ‘딥시크 쇼크’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그간 오픈AI의 ‘챗GPT’를 필두로 한 생성형 인공지능(AI) 투자와 이를 뒷받침하는 엔비디아의 ‘H100’ 등 고사양 AI 칩이 주도해 온 시장 구조에 균열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칩 제조사들은 이번 딥시크의 출현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증시 조정을 가져오더라도 장기적으로는 AI 시장의 대중화와 수요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투입 비용 측면에서 계속 이런 고비용 구조의 산업은 성장 폭이 더딜 수밖에 없다. 시장이 성장하려면 트리거(도화선)가 필요하다”며 “딥시크가 아니더라도, 미국의 많은 빅테크 회사들도 저비용 구조를 실현하기 위한 꿈을 꾸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향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에 집중하고 있는 국내 메모리 업계에 또 다른 활로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그간 미국의 AI 칩 제재로 눌려 있었던 중국 AI 연구 및 시장이 커지게 되면 이 시장에 제품을 납품 중인 삼성전자 등에 희소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9일(현지 시간) 4분기(10~12월) 실적을 발표한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의 크리스토프 푸케 최고경영자(CEO)도 딥시크 소식에 대해 “(AI와 관련된) 비용을 낮춘다는 건 ASML 입장에선 반길만 한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저렴한 비용은 AI가 많은 애플리케이션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이며, 이는 곧 반도체 생산 수요 증가를 의미한다. 우리는 반도체 생산을 위한 장비를 제공하는 업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첨단 기업들이 수십억 달러를 들여 고성능 AI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지만 이는 전체 시장에선 일부에 불과하다고도 지적했다.
하지만 딥시크의 실체와 실질적인 AI 대중화 가능성에 대한 업계의 의구심도 여전히 남아있다. 또 다른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부 외신 보도에 따르면 H800이 아니라 H100이 딥시크에 사용됐다는 주장이나, 딥시크가 챗GPT의 데이터를 무단 활용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국 개발자들이 공식화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아직 어떤 식으로 개발이 이뤄졌는지 베일에 감춰진 부분이 많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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