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운신의 폭 줄어들어…금리인하 주춤할 듯
가산금리 줄이는 방식의 대출금리 인하 이어질 전망
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 2024.12.30 뉴스1
미국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데 이어 인하 속도도 늦출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도 더디게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최근 고금리로 경제 상황이 악화한 가운데 소비자들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조정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29일(현지시간) 종료된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의 목표 범위를 4.25~4.50%로 유지하기로 했다. 9월과 11월, 12월 연속으로 금리를 인하한 흐름을 중단한 것이다.
특히 연준이 이번 FOMC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이 다소 상승했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물가 상승 우려가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번 성명에서는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향한 진전을 이뤄왔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해당 문구가 삭제됐기 때문이다.
이에 연준이 예상했던 것보다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이민 정책의 영향으로 물가 상승 압박이 더해지면서 연말쯤 오히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주춤할 것으로 보이면서 한국은행의 운신 폭도 좁아졌다. 국내 내수 상황만 보면 금리 인하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지만 당장 2월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인하할 경우 한·미 간 기준금리 차이가 더 벌어지면서 환율 인상 등의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요인만 보면 금리를 내리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지만, 불확실성이 커져서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력이 많지 않아 신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금융시장 변동성을 지켜보면서 문제가 없다면 적절한 시기에 금리를 내릴 수는 있겠지만 속도를 높여서 하기엔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면서 국내 은행권의 대출금리도 내려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그동안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선반영돼 낮아진 시장금리가 다시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국내 은행권의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의 향방뿐만 아니라 정부와 금융당국의 대출 관리 기조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방향성을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 특히 최근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서 연일 ‘가산금리’를 거론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어 단기적으로 은행권에서 연이은 금리 인하가 예상되기도 한다.
사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되면서 이미 시장금리가 지속해서 하락해왔다. 한 예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이미 2.9~3.0%대로 내려와 기준금리보다 낮은 상태다. 그럼에도 소비자가 체감하는 대출금리 인하가 없었던 것은 정부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 관리를 강조하면서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 총량을 관리해 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경기가 악화하면서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자, 가산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작년에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출금리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기준금리 인하가 대출금리에 반영돼야 할 시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지난 14일 신한은행이 가계대출 가산금리를 0.05~0.3%포인트(p) 인하하기로 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가산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선뜻 내리기는 어려울 것 같고 당분간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 같다”라며, 기준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대출금리를 인하하도록 메시지를 내는 상황이 빚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했다.
이에 대해 한 은행권 관계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어서 인하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현재까지는 정해진 바가 없지만, 관련 논의가 진행되면 신속하게 결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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