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 러닝 열풍에 러닝화도 주목
‘호카’ ‘온’ 등 신진 브랜드 인기… 러닝화 전문 매장도 속속 등장
K러너, 해외 마라톤에도 눈길… 여행사에선 원정 전용 상품 출시
“건강 중시하는 소비자 늘어나… 러닝, 지속 가능한 트렌드 될 것”
사진출처=pixabay
《직장인 한만휘 씨(40)는 설 연휴 내내 서울 한강공원 일대를 10km씩 달렸다. 한 씨는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한 러닝(달리기)으로 13kg을 뺐다”며 “이전에는 헬스를 했었는데 실내에 갇혀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게 지루해서 러닝으로 운동 종목을 바꿨고 훨씬 재밌고 개운하다”고 말했다. 그는 날씨가 아무리 궂어도 일주일에 세 번은 퇴근 후 집 근처를 1시간 안팎으로 달린다. 그 덕에 연이은 회식과 술자리, 야식으로 키 180cm에 104kg까지 불어났던 체중이 3개월 만에 91kg까지 줄었다고 했다.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간 수치 등 성인병 증상들도 크게 완화됐다. 최근 그의 관심사는 ‘어떤 러닝화를 사면 더 가뿐하게, 발이 편하게 달릴 수 있을까’이다.》
아식스 젤카야노 14
러닝은 팬데믹을 계기로 인기 운동 반열에 올랐다. 실내 헬스장보다는 감염병에서 훨씬 안전하기 때문이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아웃도어 활동, 실내외 운동 15종 경험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가장 빠르게 저변이 확대된 종목은 ‘조깅·달리기’였다. 최근 3년간 조깅·달리기 경험률을 보면 2021년 23%, 2022년 27%, 2023년 32%로 늘었다.
● 유통업계가 주목하는 러닝화… 전용 매장도
러닝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멋스러운 러닝’을 원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러닝화 시장은 특수를 맞았다. 한 켤레에 20만, 30만 원이 넘는 기능성 러닝화도 대중화되고 있다. 1일 시장 조사 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운동화 시장 규모는 2021년 2조7761억 원, 2022년 3조1289억 원, 2023년 3조4150억 원으로 매년 성장했으며, 지난해엔 4조 원을 돌파했을 것이란 게 업계 추산이다. 패션업계에서는 이 중 러닝화 시장 규모만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뉴발란스 퓨어셀 SC 트레이너 v3새해에도 여전한 러닝 인기에 힘입어 유통 채널들은 러닝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은 러닝 전용관을 신설하고 백화점, 아웃렛 등은 전문 브랜드를 유치하는 식이다. 신세계백화점은 부산 센텀시티점 지하 1층에 스포츠 슈즈 전문관을 조성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굿러너컴퍼니’ 등 러닝 멀티숍을 선보일 예정이다. 쿠팡은 지난해 12월 ‘러닝 스페셜티’라는 이름의 전문관을 개설했다. 이곳은 입문자부터 전문가까지 수요를 세분화해 구성했다. 아디다스, 푸마, 뉴발란스, 살로몬, 나이키, 호카, 미즈노, 아식스, 알트라, 온, 스케쳐스, 브룩스 등 총 12개 브랜드가 입점했다.
나이키 에어 줌 페가수스 40러닝화 시장이 커지면서 런너스클럽, 레이스먼트 등 러닝 전문 매장도 늘고 있다. 이들 점포 수는 지난해 전년 대비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신년 들어서는 예약조차 어려워졌다. 직장인 이모 씨(35)는 자신의 발에 가장 잘 맞는 신발을 사기 위해 집 근처 ‘런너스클럽’에서 2만 원을 내고 발 모양 진단과 분석 프로그램을 예약하려 했으나 빈 시간대가 없어 실패했다. 런너스클럽 관계자는 “새해에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보니 러닝숍을 찾는 이들도 늘어났다”고 했다. 발 분석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한 달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을 들은 이 씨는 주변 친구들의 조언을 얻어 평발인 자신에게 잘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신발을 사서 신고 있다.
팬데믹 이후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새해에도 러닝 관련 용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다. 특히 2030 사이에서 확산된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같은 인증 문화의 확산은 러닝 유행의 중심에 있다. 사진은 러너들이 아디다스의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4 동아마라톤 에디션’을 신고 뛰는 모습. 아디다스코리아 제공한국뿐 아니라 세계적 트렌드가 된 러닝 흐름에 혁신적인 제품으로 대응하지 못한 나이키는 스포츠 브랜드 제왕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나이키에 대해 “여전히 에어포스1처럼 과거 모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며 “혁신적인 신제품이 없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나이키의 실적은 최근 하향세다. 나이키코리아는 지난 회계연도(2023년 6월 1일∼2024년 5월 31일)에 매출 2조50억 원, 영업이익 395억 원을 냈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0.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43%나 줄었다.
호카 클리프톤 9나이키가 주춤한 사이 프랑스 브랜드 ‘호카’, 스위스 브랜드 ‘온’ 등 신진 브랜드들이 활약하기 시작하면서 스포츠 브랜드 시장에는 지형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나이키의 가장 큰 위협은 호카, 온 등과 같은 젊은 브랜드에서 촉발됐다”고 분석했다. 온은 한국에 지난해 처음 진출해 11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첫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아디다스 울트라부스트 라이트아디다스의 ‘울트라부스트’, ‘솔라부스트’ 등 ‘부스트’가 들어가는 시리즈도 인기를 끌고 있다. 탄력적인 반발력과 우수한 충격 흡수력을 제공해 장거리 러닝의 피로감을 줄여준다는 장점이 있다. 아디다스는 2023년 출시한 138g짜리 초경량 러닝화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 EVO 1’을 시작으로 끊임없는 기술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디다스는 또 3월 16일 열리는 ‘95회 동아마라톤(서울마라톤)’을 기념해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4 동아마라톤 에디션’을 별도로 출시하는 등 맞춤형 노력도 강화하고 있다.
제품 선택 폭이 넓어지면서 온라인에서는 ‘러닝화 계급도’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 계급도는 온라인 커뮤니티 ‘다나와’와 러닝 인플루언서 ‘멸치’의 조언으로 만들어졌다. 다양한 브랜드의 러닝화를 최상위 레이싱화 ‘월드클래스’부터 ‘국가대표’ ‘지역대표’ ‘동네대표’ ‘마실용’까지 6단계로 분류했다. 단순히 ‘계급’을 매긴다기보단 운동화의 특성을 정리해 놓은 일종의 ‘안내문’이다.
● 해외로 마라톤 원정 떠나는 K러너들
브룩스 아드레날린GTS 24국내 러닝 열풍은 ‘해외 마라톤 원정’으로 확장되고 있다. 여행업계는 러닝과 여행을 결합한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게 ‘런트립’(러닝과 여행의 합성어) 여행 상품이다. 다양한 여행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해외 마라톤 대회 참가권을 확보해 러닝 전용 해외여행 상품을 내놓았다.
런투어 상품의 인기 비결은 국제 마라톤 준비에 필요한 모든 행정 절차를 여행사가 대행하고, 러너를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데 있다. 야놀자는 3월 23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리는 ‘다낭 국제 마라톤’에 참가할 수 있는 ‘다낭 런투어 패키지’를 출시했다. 이 패키지는 3박 5일 일정으로 참가자들은 5km, 하프(21.1km), 풀코스(42.195km) 중 선택할 수 있다. 러닝 커뮤니티인 런콥컴퍼니와 협업해 사전 러닝 클래스와 현지 맞춤형 코칭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낭 시내 관광과 전신 마사지 등의 프로그램도 포함돼 있다.
온러닝 클라우드 몬스터캐나다관광청은 러닝 플랫폼 러너블, 여행사 클투와 함께 ‘2025 밴쿠버 국제 마라톤’에 참가하는 런투어 테마여행 상품을 내놓았다. 이 상품은 올해 5월 1∼6일 진행되며 참가자들은 풀코스와 하프코스 중 선택할 수 있다. 참가비 299만 원에는 마라톤 참가비, 4성급 호텔 숙박, 전문 인솔자, 여행자 보험 등이 포함돼 있고 항공권은 비포함이다. 캐나다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 제품 증정, 출국 전 전문 코치의 트레이닝 세션, 현지 전문 포토그래퍼의 러닝 장면 촬영, 마라톤 완주 파티 등도 패키지에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러닝코어 패션과 러닝화 시장은 단기적인 유행이 아닌, 지속 가능한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증가, 패션과 기능성이 결합된 제품 출시, 기술 발전 등이 맞물리는 데 따른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선진국으로 갈수록 러닝 인구가 느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러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 것으로 관측된다”며 “러닝은 운동뿐 아니라 자연을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다양한 환경에서 뛰다 보면 새로운 경험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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