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쇼크에 韓증시도 흔들… ‘AI 인프라’ 울고, ‘AI 서비스’ 웃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1일 01시 40분


반도체주, 외국인 ‘팔자’에 급락
서비스업체 네이버-카카오 폭등
전문가 “고비용 하드웨어 투자서
저비용 고효율 소프트웨어 전환”
美관세 등에 환율 1450원대 급등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 영향에 설 연휴 직후 첫 개장일인 31일 코스피는 종가 2,517.37로 0.77% 하락해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동결 장기화 우려에 다시 1450원대로 뛰어올랐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발 충격이 한국 증시도 뒤흔들었다. AI 개발 패러다임이 미국 실리콘밸리식 막대한 컴퓨팅 자원 투자에서 저비용·고효율로 전환될 수 있다고 보고 ‘AI 수혜주’의 명암이 엇갈린 것이다. 반도체, 전력기기 등 AI 하드웨어 업체의 주가는 떨어졌지만 미 빅테크 기업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내 AI 서비스 업체들의 주가는 모처럼 급등세를 나타냈다. 국내 AI 업계 관계자는 “설비투자 중심의 AI 하드웨어 발전이 서비스 중심의 소프트웨어로 전환되느냐의 변곡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AI 인프라 급락―AI 서비스 급등

설 연휴 이후 첫 거래일인 3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77% 내린 2,517.37에 거래를 마쳤다. 설 연휴 첫 개장일에 외국인들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반도체 관련주 중심으로 1조 원 넘게 순매도하면서 급락세를 보였다. 외국인은 이달에만 8000억 원 넘게 순매도하면서 지난해 8월부터 6개월 연속 ‘팔자세’를 이어갔다. 외국인이 6개월 연속 순매도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6∼11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딥시크가 고가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에 매달렸던 미 빅테크식 AI 개발 방식이 정답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점이 외국인 매도세에도 영향을 미쳤다.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사실상 독점적으로 공급하던 SK하이닉스는 이날에만 9.86% 하락하면서 19만9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저사양 HBM 공급 확대 기대와 미국의 추가 수출 통제 우려가 엇갈리며 2.42% 하락했다. AI 인프라 확대의 수혜주로 꼽히던 전력망 업체 LS일렉트릭(―5.33%), HD현대일렉트릭(―7.87%) 등도 큰 낙폭을 보였다.

반면 저비용으로도 빅테크와 겨룰 만한 AI 모델 고도화가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에 AI 서비스 기업 주가는 급등했다. 자체 AI 모델을 보유한 네이버(6.13%)와 카카오(7.27%)가 대표적이다. AI 게임 개발에 나선 크래프톤도 이날 6.12% 뛰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딥시크 성공 모델이 사실일 경우 빅테크 업체들이 고비용 반도체 등에 대한 지출을 줄이고,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심을 기울일 가능성이 높다”며 “AI 산업 전반적으로 호재가 될 수 있지만 고성능의 GPU나 HBM 성장세에는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AI 설비투자 경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딥시크 논란에 대해 “지속적인 (AI) 인프라 투자가 시간이 지나면 전략적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올해도 650억 달러(약 94조 원) 이상 투자 계획을 밝혔다.

● 美 고관세―고금리 환율 1450원대 급등

이날 일주일 만에 열린 외환거래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다시 1450원대로 뛰어오르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 전 거래일 대비 21.4원 오른 1452.7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고관세를 부과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매파적 동결’에 나선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나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고 말했다.

#딥시크#딥시크 쇼크#한국#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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