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달러 시장에서 더 폭락
국내 투자자의 해외거래소 수요도 김프 부추겨
김프 변동성까지 더해진 국내 코인 시장
전문가들 “투자 신중할 시기”
ⓒ뉴시스
트럼프발(發) 관세 쇼크 이후 가상자산 약세장이 펼쳐진 가운데 ‘김치프리미엄(김프)’이 치솟아 눈길을 끈다. 통상 강세장에서 국내 투자 수요가 과열돼 김프가 끼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불안한 국제 정세로 인한 김프가 해소되기 전까지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김프는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보다 비싼 현상을 말한다. 외국인·기관 투자가 전면 차단돼 개인투자자 수요만 반영하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 주요 특징이기도 하다.
반대말인 역김치프리미엄(역프)은 국내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보다 싼 경우를 일컫는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김프가 지난 3일 10개월 만에 10%대로 올라섰다.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보다 10% 비싸다는 뜻이다.
이후 현재까지도 8%대를 유지하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통상 김프는 5%만 돼도 높은 수치로 간주한다. 이날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비교 플랫폼 크라이프라이스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비트코인 김치프리미엄은 8.14%다.
시장이 이번 김프에 주목하는 이유는 관세 쇼크에 따른 약세장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간 김프가 불장 속 국내 투기 과열을 흡수하며 나타났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실제로 앞서 김프가 10%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3월 비트코인이 꿈이라 불렸던 1억원대를 처음으로 돌파했을 때다.
이번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 등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직후 김프가 치솟기 시작했다. 글로벌 통상 분쟁에 대한 긴장감이 커지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해 대부분 가상자산이 폭락했음에도 김프는 고공행진을 펼친 것이다.
이후 미국이 중국에 10% 추가 관세까지 부과하며 관세전쟁에 대한 우려가 퍼지자 김프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프의 이례적 상승은 관세 쇼크로 인한 매도세가 주로 글로벌 시장에서 발생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예컨대 미국 투자자들이 매도에 대거 나설 때 국내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덜 매도한 것이다.
이승화 디스프레드 리서치 팀장은 “관세 쇼크로 인한 폭락이 주로 글로벌 시장에서 발생하여 김치프리미엄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시장에 비해 국내 시장에서의 매도세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지금의 현상이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거래시간에 급락이 일어났을 때 한국 시세가 따라가지 않은 적이 있다”며 “예를 들어 달러 시장에서 비트코인이 5% 급락했는데, 원화 시장에서는 그만큼 매매가 이뤄지지 않아 결과적으로 3%만 하락하는 경우다. 한국 시세에 비해 달러 시세가 급락하자 역으로 김프가 발생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국내에서 해외거래소로 가상자산을 전송하는 수요도 김프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취임 이후 가상자산 변동성이 커진 시장에서 선물 거래나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려는 국내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매수가 증가한 것이다.
김 센터장은 “국내 시장에서 허용되지 않은 선물 거래나 파생상품에 투자하려는 ‘유학 자금’도 김프를 높였을 것”이라며 “국내에서 해외거래소로 가상자산을 보내는 수요가 급증할 경우 원화 시장에서는 그만큼 매수가 많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런 현상이 지속될 수 있어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본 이동이 제한된 국내 가상자산 시장 특성상 김프는 필연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또 이번 김프 급등은 불안한 국제 정세에 따른 부작용이란 점에서 해결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팀장은 “간혹 높은 김프가 계속 유지되는 현상은 사이클 고점에 다다랐음을 시사하기도 하지만 아직 그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 같다”며 “현재로서는 혼란한 국제 정세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는 것밖에 답이 없다. 김프가 해소되기 전까지 거래를 자제하는 것도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김 센터장은 “김프는 해외 거래소와 자산 이동이 자유롭지 않아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다. 법인 및 금융기관의 시장 참여가 일차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며 “(그전까지는) 가상자산 시장 변동성과 김프 자체의 변동성까지 고려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