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올해 7월부터 세입자 상환 능력에 따라 전세대출 가능금액이 달라지게 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하반기(7∼12월)부터 세입자의 상환 능력을 따져 보증 한도를 차등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상반기(1∼6월) 중에는 전세대출 시 반드시 필요한 전세대출 보증 한도를 대출금의 100%에서 90%로 낮출 예정이어서 ‘대출 옥죄기’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 HUG 전세대출 보증 시 소득, 부채 따진다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세입자의 소득과 기존 대출을 바탕으로 HUG 전세대출 보증 한도를 산정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HUG는 세입자의 소득이나 기존 대출 여부를 따지지 않고 보증을 내줬다. 이처럼 관대한 보증 제도가 전세대출을 늘려 전세가와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가계 부채의 뇌관을 키운다는 지적에 제도를 개선하기로 한 것이다. 보증 한도가 줄면 대출 한도도 함께 줄어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오를 수 있다.
상반기 중으로는 현재 100%인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90%로 축소할 예정이다. 전세대출 보증은 세입자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보증기관이 대신 상환하는 보증 상품이다. 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 SGI서울보증 3곳에서 이 상품을 취급한다.
HF와 SGI서울보증과 달리 HUG는 지금까지 세입자 상환 능력을 보지 않고 보증을 내줬다. 소득이 없는 세입자도 수억 원의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소득에 따라 전세대출액이 달라지게 된다. 예컨대 전세 5억 원짜리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세입자는 4억 원(전세 금액의 80%)까지 HUG 보증을 통해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HUG 보증 한도가 대출액의 100%에서 90%로 낮아지면서 HUG 보증을 통한 대출 가능 액수가 3억6000만 원으로 축소된다. 여기에 더해 하반기부터 세입자의 소득과 대출 등을 평가해 소득 대비 기존 대출이 과도한 경우 보증 한도는 3억6000만 원보다 더 줄게 된다. HUG 보증한도를 초과한 대출액은 은행이 리스크를 부담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은행 대출 심사가 깐깐해지고 대출액이 줄거나 금리가 오를 수 있다.
정부가 HUG의 보증 한도를 줄이기로 한 건 가계부채 뇌관으로 떠오른 전세대출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세대출 잔액은 119조9815억 원이다. 지난달 말 총 주택 관련 대출 잔액(579조9771억 원)의 20%가 전세대출인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은행의 대출 심사를 더욱 까다롭게 해 상환 능력을 고려하지 않는 무분별한 대출을 줄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과도한 전세대출이 시중에 풀리면서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전세대출 보증이 3.8% 증가하면 전셋값이 연간 8.21% 오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셋값이 오르면 갭투자하기가 수월해지면서 매매가를 자극하게 된다.
● “전세의 월세화 더욱 가속화될 것”
HUG의 보증 한도가 줄면 대출 심사가 더욱 깐깐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증 한도를 벗어난 대출금의 10%에 대한 리스크는 은행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전세대출을 많이 받고 싶은 저소득자 등의 경우 HF보다 HUG로 보증 수요가 몰리는 경향이 있다”며 “은행에서는 이들에게 금리를 높여 받기보다 한도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세사기 여파와 금리 부담 등으로 빌라뿐만 아니라 최근 아파트에서도 보증금을 줄이고 월세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세대출이 줄면 목돈 마련이 더욱 어려워지는 만큼 월세를 찾는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얘기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증 한도가 줄어든 만큼 월세로 받는 보증부 월세가 늘어날 수 있다”며 “월세가 전세대출 이자보다 비싸기 때문에 서민층 주거 부담이 높아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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