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최근 수요 예측을 마치고 이달 28일 2000억 원 규모로 후순위채를 발행한다. 이어 다음 달 KB손해보험이 최대 5000억 원, 현대해상이 최대 8000억 원의 후순위채를, 한화생명이 최대 6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여기에 신한라이프와 DB손해보험 DB생명 코리안리까지 올해 안으로 자본성 증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보험사의 자본성 증권 만기 도래 규모는 1조1500억 원인데 이미 보험사는 총 1조9000억 원을 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채권 담당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발행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4월 초까지 보험사들의 자본성 증권 발행 규모는 4조30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자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이 앞다퉈 자본성 증권 발행에 나선 것은 자본 확충을 통해 어떻게든 지급여력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등 자본성 증권은 재무제표 산정 시 부채가 아니라 자본으로 인정받는다.
지난해 보험사들은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연결) 등 손해보험 5개사의 합산 당기 순이익은 7조400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6% 늘었다. 생명보험사 또한 좋은 실적을 거뒀다. 삼성생명의 순이익은 약 11.2% 증가한 2조1068억 원, 한화생명도 17% 증가한 7206억 원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급여력비율(가용자본/요구자본)은 급락했다. 지난해 금융 당국의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이드라인이 반영된 영향이 컸다. 무·저해지 상품은 해약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편이다. 보험사로서는 중도해지 시 환급금을 거의 돌려주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미래에 지급할 보험금을 쌓아두지 않아도 돼, 해당 상품 해지율이 높을수록 이익이다. 금융 당국은 보험사들이 의도적으로 해지율을 높게 가정해 이들 무·저해지 상품의 수익성을 높게 산출하고 있다고 판단, 해지율을 보수적으로 가정할 것을 권고했다. 이 같은 조치에 가용자본이 줄어들며 지급여력비율이 쪼그라든 것이다. 시장금리 하락 등도 지급여력비율을 끌어내렸다.
가장 타격이 큰 곳은 NH농협손해보험으로 지난해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이 175.75%다. 이는 전년 말 대비 141%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삼성생명도 같은 기간 약 39%포인트 하락한 180%, 신한라이프는 44%포인트 하락한 206.8%, KB손보는 27.8%포인트 하락한 188.1%, KB라이프는 64.5%포인트 하락한 265.3%였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이 159.77%였던 롯데손해보험은 지난해 말 지급여력비율이 150%를 밑돌았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들어 이미 발행을 마친 보험사들의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는 4.1∼5.0%까지의 금리를 보이고 있다. 한 증권사 채권 담당 관계자는 “사실 금리가 낮지 않아, 보험사들에는 발행 비용과 이자 등이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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