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NOW]
감정 표출하는 스마트 화분… 얼굴과 표정에 주목하는 기술
점점 확산되는 얼굴결제 서비스
운전자 표정 모니터링도 등장
화분에 물을 너무 많이 주거나 혹은 너무 적게 주어서 식물을 잘 돌보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아이템이 있다. 바로 ‘아이비(Ivy)’라는 이름을 가진 인공지능(AI) 스마트화분이다. 이 화분은 앞부분에 달린 작은 디스플레이로 사람 같은 표정을 짓는다. 식물에 물이 모자라면 목마른 표정을 짓고, 주인이 풀을 쓰다듬으면 행복한 얼굴로 웃는다. 식물의 성장 과정을 데이터로 추적해 스마트폰과 연동할 수도 있다. 마치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다마고치’의 실사판을 보는 듯하다.
기술이 표정을 짓고 있다. 이처럼 무생물인 기계에 표정을 입히고, 사람의 얼굴을 정확히 읽어 활용하는 기술 트렌드를 ‘페이스테크’라 부른다. 기술 폭발의 시대, 사람들이 가장 친근하게 여기는 ‘얼굴과 표정’이 기술과 소비자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사람이 가장 친근하게 여기는 얼굴은 기술이 삶에 잘 스며들도록 돕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LG전자가 ‘CES 2024’에서 선보인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는 섬세한 움직임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에 표출된 감정 표현으로 주목받았다(위쪽 사진). 스마트화분 ‘아이비’는 물이 모자라면 목마른 표정을, 주인이 쓰다듬으면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사진 출처 LG전자 뉴스룸·쿠팡
얼굴과 기술이 결합하는 페이스테크의 첫 번째 흐름은 제품 자체에 얼굴 같은 표현의 기능을 부여하는 방향이다. 가령 소비자들은 로봇의 완성도를 얼마나 정교한 AI를 탑재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사람과 유사한 느낌을 주는가로 판단한다.
LG전자가 작년에 열린 미국 CES에서 선보인 스마트홈 AI 에이전트 ‘Q9’은 귀여운 표정으로 화제가 됐다. 사람들이 환호한 포인트는 로보틱스 분야에서도 난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휠 기반 직립주행 기술이 아니라 얼굴에 달린 7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표현된 동그랗고 귀여운 하트 눈이었다.
전기차에서도 표현의 기능이 강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점차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전기차는 내연차와 달리 전면 그릴이 필요하지 않아 차량의 전면부에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를 장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 LED 디스플레이를 이용하면 도로를 주행할 때나 신호대기 중일 때 차량은 보행자에게 의사를 손쉽게 전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행자가 차량 가까이 다가올 때 디스플레이를 통해 웃는 표정을 지으며 ‘먼저 지나가라’고 안내할 수 있다. 차량과 사용자가 보다 인간적인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페이스테크의 두 번째 특징은 사람들이 가진 얼굴과 표정 그 자체를 데이터로 활용하는 흐름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얼굴결제 서비스’다. 네이버는 이미 사옥 ‘1784’에서 얼굴인식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직원들은 회사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얼굴 인식만으로 손쉽게 결제를 진행한다. 앞으로는 이런 얼굴결제 시스템을 일반 소비자들도 손쉽게 만나볼 수 있다. 올해 3월부터 GS리테일, BGF리테일, 코리아세븐 등 국내 편의점 3사는 토스와 손잡고 얼굴을 활용한 결제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토스가 제공하는 ‘페이스페이’는 점포 카운터에 비치된 전용 단말기에 얼굴을 인식하면 결제가 완료되는데, 결제에 소요되는 시간은 약 1초도 되지 않을 정도로 편리하다.
사람들이 지어 보이는 표정 자체가 데이터가 되기도 한다. 자동차 산업의 운전자 표정 모니터링 시스템은 졸음과 주의 산만을 감지해 안전성을 향상시킨다. 보쉬는 차량 내부 카메라와 AI 알고리즘을 사용해 운전자의 눈 깜빡임, 시선 방향, 얼굴 각도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운전자의 졸음 운전을 방지한다. 닛산 역시 운전자의 얼굴 인식 기술을 통해 운전자의 주의 상태를 지켜본다. 운전자가 도로를 제대로 주시하지 않을 경우 경고를 발송하고 주행 보조 기능과 연동해 안전성을 높인다.
AI 기술이 전 방위적으로 확대되고 로봇이 인간의 생산성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는 시대, 사람이 가장 친근하게 여기는 ‘얼굴’은 이러한 기술이 우리 삶에 잘 스며들도록 돕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다만 이런 페이스테크 기술이 시장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위조 얼굴 공격’ 등 악용을 방지하는 기술 또한 함께 발전해야 한다. 얼굴결제와 관련된 개인 정보 이슈가 불거질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관련법과 제도 정비도 필수다. 분명한 사실은 페이스테크 기술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변화라는 점이다. 앞으로는 사람의 감정을 읽고 대응하는 능력이 기업과 상품의 차별화를 가르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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