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값도 못 내게 생겼어요”…불안 커지는 홈플러스 하도급 직원들

  • 뉴스1
  • 입력 2025년 3월 7일 15시 21분


법정관리 시작에 대금 정산 묶여…“일용직도 채용 못 해”
법원, 채권 변제 허가 결정…홈플 “모두 순차 입금 예정”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홈플러스 영등포점 모습. 2025.3.4/뉴스1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홈플러스 영등포점 모습. 2025.3.4/뉴스1
“홈플러스 사태로 급여 지급을 미뤄야
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일용직 근로자도 일급을 지급할 수 없어
채용을 못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홈플러스 매장에 들어가는 물건을 취합·분배하는 물류센터 내 하도급 업체인 A사는 2월 도급비인 수억 원을 지급받지 못했다. 대금 정산일은 지난 5일이었지만, 전날인 4일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대금 정산이 묶인 데 따른 것이다.

A사는 매월 5일 홈플러스로부터 직전 달의 도급비를 정산받아 매월 10일 자사의 상시 근로자에게 월급을 주고 있다. 하지만 도급비를 받지 못하면서 1000여 명에 달하는 물류센터 하도급 직원들이 월급을 받지 못할 상황에 부닥쳤다.

해당 회사 관계자는 “물류센터에는 우리 회사 말고도 더 있는데 이들까지 더하면 미지급된 도급비는 20억 원 이상일 것”이라며 “일용직도 일급을 지급할 수 없어 채용을 못 하고 있는 상황이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홈플러스 영등포점 모습. 2025.3.4/뉴스1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홈플러스 영등포점 모습. 2025.3.4/뉴스1

지난 4일 홈플러스가 신청한 기업회생절차를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일반 상거래 등 모든 채권에 대한 변제가 일시적으로 중단된 바 있다.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도 절차상 법원의 승인을 받아야 자금을 집행할 수 있기에 이 같은 문제가 생긴 것이다.

홈플러스의 자금 집행이 묶이면서 LG전자·오뚜기·롯데칠성·롯데웰푸드 등 기업들도 납품을 중단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홈플러스 매장 내에 입점한 협력업체들도 판매대금을 정산받지 못하면서 발을 구르고 있다.

절차적 상황으로 인해 대금 지급이 지연될 뿐이지만, 협력사 및 하도급 업체 소속 직원들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매월 버는 현금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상황에선 대금 지급이 며칠만 늦어도 직원들 가계에 차질이 크다. 현재 홈플러스 납품업체는 1800여 개, 임차인은 약 8000곳에 이른다.

A사 관계자는 “직원들은 각종 대출금 이자 및 카드 대금 결제일을 월 급여일(매월 10일)로 정해놔 10일에 정상적으로 급여를 받게 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며 “당장 10일에 급여 지급이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생계가 어려움에 부닥치게 될 직원들이 너무 많다”라고 토로했다.

홈플러스가 7일 창립 단독 슈퍼세일 ‘홈플런 is BACK’의 일환으로 12일까지 양배추를 50% 할인해 1통 1990원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홈플러스 매장을 찾은 시민들이 반값 양배추를 구매하는 모습. (홈플러스 제공) 2025.3.7
홈플러스가 7일 창립 단독 슈퍼세일 ‘홈플런 is BACK’의 일환으로 12일까지 양배추를 50% 할인해 1통 1990원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홈플러스 매장을 찾은 시민들이 반값 양배추를 구매하는 모습. (홈플러스 제공) 2025.3.7

지급 지연 사태가 커지자, 홈플러스는 수습에 나섰다. 지급 지연은 현금이 없어 생긴 일이 아니라 기업회생절차에 따른 일시적 현상인 만큼, 최대한 빠르게 채권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협력사 및 입주사를 위한 대금은 모두 변제한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6일부터 일반 상거래 채권에 대한 지급을 재개했고 순차적으로 변제할 예정이다. 법원도 7일 홈플러스가 신청한 회생채권 조기변제 허가 신청과 관련해 약 3457억 원 신청 금액 전부에 대해 허가하기로 결정했다.

납품을 일시 중단했던 기업들도 복귀 중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오뚜기·농심 등 주요 업체는 홈플러스와 물품 정상 공급을 합의했다. LG전자도 최근 홈플러스에 대한 제품 출하를 일시 중단했지만 현재 거래 재개를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홈플러스 측은 변제 능력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홈플러스의 가용 현금 잔고는 3090억 원이며, 3월 한 달에만 유입되는 순 현금은 약 30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총 가용 자금이 6000억 원 이상이라 일반상거래 채권을 지급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협력업체나 하도급 업체에 대해 지연된 대금은 오늘 법원 결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입금될 예정이며 늦어도 다음 주 말쯤에는 모두 완료될 것”이라며 “지급 능력이 없어서 못 준 게 아니라 법적 절차를 따르다 보니 그렇게 된 것으로, 이를 업체들에 오해가 없도록 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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