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3일 “앞으로 통화정책은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데 비중을 두고 운영하겠다”면서 연내 1~2회 수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시사했다.
다만 인하 시점과 속도는 가계부채, 주택가격, 환율 등 금융 안정 상황을 봐서 결정할 계획이다.
한은은 이날 공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이같이 제시했다.
보고서 작성을 주관한 신성환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주관 위원 메시지에서 “향후 통화정책은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데 비중을 두되 가계부채와 주택가격, 환율 등 금융 안정 상황에 유의해 추가 인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신 위원은 “작년 8월 이후 물가 안정세와 가계부채 둔화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내외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많이 증가하면서 성장의 하방 압력이 증대됐다”고 우려했다.
다만 금리 인하 과정에서 주택 가격 상승세를 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 안정 측면에서는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세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대응 과정에서 재정 정책이 협조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신 위원은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자영업자 등 특정 취약 부문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에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하기보다 재정정책과의 공조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또 경기 요인뿐 아니라 구조적 요인도 큰 만큼 구조개혁 등을 통한 경제 체질 개선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향후 정책 운용 방향을 설명하면서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에서 안정되도록 하는 한편 금융 안정에 유의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반복했다.
세부적으로는 “물가 상승률이 목표 내외의 안정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낮은 성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보다 저성장에 방점을 찍은 모습이다.
다만 “가계부채 재확대 가능성과 함께 환율 변동성이 물가와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은 계속 유의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이번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펴내면서 연내 추가 1~2회 금리 인하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창호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한은이 지난달 발표한 올해와 내년 성장률(1.5%·1.8%)은 앞선 기준금리 인하뿐 아니라 올해 2월을 포함한 2~3차례 인하 전망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박종우 부총재보는 “작년 하반기부터 예상치 못한 여러 일들로 인해 성장 하방 리스크가 지속해서 커져 왔다”며 “이는 한은이 앞으로 완화 기조를 계속 가져가겠다고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박 부총재보는 “물가 측면에서는 분명 지금 흐름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며, 성장의 하방 리스크에는 추가 대응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다만 “인하 시기나 속도 등에 대해서는 최근 주택시장 움직임 등을 같이 보면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이번 보고서에서 향후 기준금리 인하 시기와 폭을 결정할 때 주로 점검할 요인으로 △대내외 경제 정책 △국내 정치 상황 변화 △그간의 금리 인하가 물가·성장과 금융 안정 상황에 미치는 영향 등을 차례로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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