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許 燁 기자」 KBS 1TV의 대하사극 「찬란한 여명」이 1백회 종영을 한달 앞둔 시
점에서 이 드라마가 지닌 주제의식과 공영성 등 그 의미가 부각되고 있다. 이 드라
마는 19일 밤 9시40분 91회를 방영한다.
지난해 9월말 시작된 「찬란한 여명」은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고 우리 사회에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내용을 제작한다는 대표적인 공영성 강조 프로그램으로 기획됐
었다.
이 때문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기 어려운 소재에다 편당 1억원이 넘는 제작비, 1
백여명의 주연급을 포함해 3만∼4만명에 달하는 연인원 등으로 출발때부터 『KBS가
아니면 할 수 없다』는 평가를 들었다. 특히 한때 한자릿수에 불과한 시청률 탓으로
「명예퇴직」 대상으로 지목됐다가 「공영성 제고」라는 명분으로 구제되기도 했다
.
「찬란한 여명」은 1866년 미국상선 제너럴 셔먼호 사건을 기점으로 병인양요 신
미양요 강화조약 임오군란 갑신정변 을사조약까지 격동의 40여년을 훑고 있다. 역사
적 사실을 재현하고 작가 신봉승씨의 해설이 곁들여져 PC통신 모니터난에는 『근대
사에 대한 새로운 역사인식을 할 수 있었고 중고교생들에게 권하고 싶은 프로그램』
이라는 통신문이 등장하기도 했다.
「찬란한 여명」은 또 유대치 이동인 박영효 김옥균 등 개화파를 당시 열강의 이
권다툼속에서 민족의 앞날을 걱정하는 선각자로 묘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과 아울러 전면개방을 앞두고 있는 우리의 현상황을 둘러보는 계기도 던져주고 있다
.
이번 주말의 방영 내용도 명성황후와 대원군의 갈등, 김옥균 서광범 서재필 박영
효 등 개화파의 망명, 일제의 민비암살음모 등으로 한반도를 둘러싸고 패권을 다투
는 외세와 그 소용돌이 속에서 민족을 지키려는 지식인들의 몸짓을 그리고 있다.
반면 낮은 시청률은 「찬란한 여명」의 과제다. 아무리 공영성이 높다해도 보는
이가 적다는 사실은 기획부재이거나 잘못된 편성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
이다. 방송가에서는 낮은 시청률의 원인으로 △주말 밤이라는 편성시간대 △대하사
극에 익숙지 않은 시청패턴 △많은 등장인물에 따른 시청자의 분산된 시선 등을 꼽
고 있다.
어쨌든 「찬란한 여명」은 「공영성」과 「재미」라는 두마리 토끼를 좇는 방송사
의 어려움을 입증한 셈이다. KBS가 「찬란한 여명」에 이어 11월 하순부터 방영할
「용의 눈물」 역시 1백4부작으로 조선조 왕권확립과정을 다룰 예정이어서 공영성과
높은 시청률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