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리뷰]신TV문학관「천지간」…절제된 연출로 성공

  • 입력 1996년 10월 28일 20시 23분


「金甲植기자」 요즘 TV는 시청률에 「중독된 환자」처럼 똑같은 색깔의 드라마를 비롯, 비슷한 포맷의 프로들로 만원을 이루고 있다. 이런 사정에 비추어 보면 지난 27일 방영된 KBS의 「신TV문학관」(이화자극본 박진수연출)은 TV보기의 또다른 즐거움을 제공한 「별미」였다. 문학과 영상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부활된 이 프로는 올해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윤대녕씨의 「천지간(天地間)」을 다뤘다. 이 드라마는 『천지간에 사람하나 들고나는데 무슨 자취가 있겠습니까만…』이라는 난해한 원작의 화두만큼이나 전개방식도 기존 드라마 문법과 달랐다. 생각할 시간조차 필요없이 따발총같은 대사를 늘어놓았던 「목욕탕집 남자들」이나 대중적 관심이 높은 소재와 화려한 액션 등 카메라 기교가 돋보였던 「모래시계」류의 작품과도 거리가 있다. 주인공으로 설정된 재민(김상중)과 20대 여인(심은하)의 대화는 전체 방영시간 90분동안 1분도 되지 못한다. 주인공의 시선은 대부분 마주치지 않은 채 엇갈리거나 상대방을 지켜보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의 토막난 대사와 표정을 통해 두 주인공을 감싸고 있는 죽음과 인연, 인간사의 의미를 읽어내야 한다. 결론적으로 PD의 절제된 연출은 설명하려면 복잡하고 군더더기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원작의 화두를 화면과 소리를 통해 설명하는데 성공했다고 생각된다. 이 드라마는 방영시간의 대부분을 하늘과 바다가 어우러지는 짙은 푸른색의 화면을 바탕으로 비와 파도의 소리, 심청가의 구슬픈 가락으로 채워 「푸른색과 소리의 잔치」를 만들었다. 특히 재민이 바다를 바라보면서 죽음을 생각하는 여인을 지켜보는 대목에서 흘러나온 성능이 좋지 않은 라디오속의 유행가와 끊어질듯 이어지는 판소리의 뒤섞임은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을 절묘하게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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