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甲植기자」 한창 일할 나이에 일터를 빼앗겨 버린 40,50대의 명예퇴직이 최근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명예퇴직을 다룬 두편의 드라마가 방영된다.
방송가에서 「명퇴드라마」로 불리는 화제의 두 작품은 KBS가 오는 18일부터 방영하는 12부작 미니시리즈 「아내가 있는 풍경」과 SBS의 창사특집극 「가을소나타」.
14일 방영되는 SBS 「가을소나타」는 3부작으로 50대의 대기업 명예퇴직자 승후(노주현)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는 명문대 출신으로 평사원부터 시작해 「기업의 별」이라는 이사까지 올랐지만 실력자의 견제 때문에 실직당한다. 승후의 처남 인권(남일후)도 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한다. 이들은 70,80년대 자신과 가정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일에 매달리며 뛰어왔지만 갈 곳이 없다.
「엄마는 출장중」 후속인 「아내가…」는 전자회사 마케팅 부장으로 근무하던 근호(50·이정길)의 명예퇴직으로 생기는 한 가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매사에 의욕적이고 자신만만했던 그에게 「명퇴」는 남의 일로만 여겨졌다. 방황 끝에 겨우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난 그는 새삶을 준비하지만 먼저 명예퇴직당한 친구에게 사기를 당하는가 하면 아버지의 실직으로 딸의 결혼도 위기를 맞는다.
두 드라마는 「명퇴자」들이 구직과정이 험난하다는 사회의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대기업 이사까지 지낸 승후는 재직당시 다른 업체의 스카우트 제의들을 떠올리지만 다시 찾아간 업체들은 『부담스럽게 노인네를 채용하느냐』는 반응이다. 「아내가…」의 근호 역시 『아직 충분히 일 할 수 있다』며 직장을 구하지만 영업사원말고는 갈 곳이 없다.
마지막 선택은 전자제품 대리점 등 자영업이지만 주택마련과 자식의 결혼비용 등 가족에게 들어간 비용 때문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처음 동정적이던 가족의 눈길도 점차로 차가워진다. 결국 승후는 직장과 가족에 배신감을 느끼면서 신경정신과 상담을 받고 『하루종일 TV를 볼 수 있는 주말이 좋다』는 말을 반복한다.
「아내가…」의 연출자 신현수PD는 『명예퇴직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들의 현실적 문제』라며 『최근 자료들을 조사한 결과 당사자는 물론 가정의 구성원 모두가 위기를 맞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 관심이 요구된다』고 연출배경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