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방]「다매체 다채널」 본격 개막

  • 입력 1996년 11월 6일 20시 40분


「朴元在 기자」 인천 울산 전주 청주 등 2차 지역민방의 사업자가 선정됨에 따라 지난 90년 서울지역 민영TV인 SBS의 신설로 시작된 민영방송의 지방화는 마침내 밑그림의 틀을 완성하게 됐다. 지역민방의 확대는 이와함께 케이블TV 위성방송의 도입과 맞물려 2000년대 다매체 다채널 시대의 개막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의미도 갖고 있다. 이번에 선정된 4개도시의 민영TV가 내년 9월 첫방송을 내보내면 이미 1차 지역민방으로 선정돼 방송중인 부산 대구 광주 대전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지역TV를 볼 수 있는 주민 비율은 현재의 68%에서 78%로 늘어나게 된다. 방송 전문가들은 지역민방의 신설이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기존 지방방송사에 자극제로 작용, 프로그램의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지역민방의 앞날은 결코 장밋빛이 아니며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하나둘이 아니라는게 방송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해당 도시의 경제력이 민영 방송국을 지탱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상업광고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지역민방이 「황금알을 낳은 거위」가 아니라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도시규모가 큰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1차 지역민방의 경영실적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공식집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들 민방은 출범 첫해인 지난 한햇동안 50억∼1백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방송 대주주인 대주건설은 건설경기 부진까지 겹쳐 불과 2년을 버티지 못하고 나산그룹에 인수될 지경에 이르렀다. 관련업계는 대형 공장이 밀집해 있는 인천 울산의 경우 시설과 인력을 짜임새있게 운영하면 적자 폭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렇다할 대기업체가 없는 전주 청주에 대해서는 정부나 참여업체 모두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채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번 심사에서는 「대주건설 파문」을 의식한듯 기업경영의 도덕성 못지않게 지배주주 업체의 재무구조와 자금동원력에 높은 비중을 뒀다는 후문이다. 청문회에서도 심사위원들의 질문은 어떤 방식으로 방송국 운영자금을 조달할지에 집중됐으며 회계전문가들이 신청기업의 재무관련 서류를 꼼꼼히 점검했다. 지역민방과 SBS간의 관계 설정도 관심거리로 꼽힌다.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민방은 전체 프로의 70∼80%를 SBS에 의존하고 있지만 신설 민방은 경영여건을 감안할 때 자체제작 비율의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업체가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인천만 자체제작 비율이 39.7%에 달할 뿐 울산(15.1%) 전주(22.5%) 청주(19.5%)는 「소극적 출발」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마저도 계획대로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방송계는 이번 심사 결과에 대해 공정성과 투명성 측면에서 문제삼을 소지가 거의 없을 만큼 객관적으로 진행됐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번 민방선정의 정당성에 대한 최종평가는 2∼3년 뒤 지역민방이 제대로 정착될 때까지 유보하는게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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