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許 燁 기자」 가수에게 열번째 앨범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앨범 한장한장에 담아 보낸 세월만해도 10년은 가볍게 넘을 듯하다. 84년 「J에게」로 데뷔한 가수 이선희는 이에 대해 『발표 앨범의 장수가 늘어갈수록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꾸준히 고집해온 나만의 개성을 확고히 펼쳐보이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열번째 앨범 「첫사랑」을 발표했다.
이번 앨범은 이선희의 「개성표출」에 대한 의도가 십분 담겨 있다. 우선 8곡의 수록곡중 「그대곁으로」를 제외하고 7곡을 모두 작사작곡했다. 이선희로서는 처음으로 아티스트적인 기량도 과시한 셈이다. 수록한 노래의 장르도 성인취향의 느린 발라드에서 록까지 폭넓고 「회색도시」에서는 신세대처럼 앙증맞게 노래하는 대목도 넣었다.
『다른 작곡가들의 노래를 부를 때와 달리 내가 작사작곡한 노래는 그만큼 느낌을 충분히 담을 수 있어요. 이번 앨범에는 내가 어떤 감정을 전달하려 의도적으로 작곡한 노래도 있고 자연스럽게 떠오른 노래도 있습니다』
머릿곡 「라일락이 질 때」는 세미 트로트로 여겨질 만큼 느린 발라드로 이선희가 피아노 앞에 앉아 있다가 우연히 떠올린 곡. 가사는 첫사랑의 감정이라는 꽃말을 가진 라일락처럼 풋풋하면서도 아련한 추억으로 남겨진 첫사랑을 그린 것이다. 원래 「첫사랑」으로 이름붙였으나 요즘 인기드라마의 제목이 「첫사랑」인 바람에 바꾸었다고.
수록곡 「소국 한다발」도 이색적이다. 연세대 음대생 김종홍과 듀엣으로 화답했고 클래식 현의 울림에 담은 가사의 내용도 사뭇 시적이다. 「도시의 사냥꾼」과 「회색도시」는 잿빛 도시의 일상에 지친 모습을 담았고 「성안의 아이」는 동요풍이다.
마지막 수록곡 「아카라카치」는 이선희 특유의 폭발적인 가창력을 드러낸 록. 2002년 월드컵 응원가를 생각하고 부른 곡이며 기타연주가 70년대 그룹의 사운드를 듣는 듯하다.
이선희는 특히 『예전 노래에는 희망과 꿈, 낭만을 느낄 수 있는데 요즘은 직선적이고 단편적인 즐거움만 있는 것 같다』며 『다음 앨범은 얼터너티브 록으로 꾸밀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