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甲植기자」 KBS의 대하드라마 「찬란한 여명」(주말 밤9.40)이 지난 23일 1백회를 끝으로 TV 무대뒤로 사라졌다. 드라마의 제목처럼 찬란하지는 않았지만 의미있는 「정년퇴직」이다. 이 드라마는 한때 대형 전함이 동원된 전투장면의 재현과 연인원 3만∼4만명의 출연자 동원 등 편당 1억원이 넘는 제작비에 비해 낮은 시청률로 불명예퇴직의 위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말 방영을 시작한 이 드라마는 1866년 제너럴셔먼호 사건을 시작으로 1897년 대한제국의 선포까지 30여년에 이르는 우리 근세사를 소재로 다뤘다. 개화승 이동인과 무녀 효옥 등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인물이 지나치게 드라마의 중심으로 설정됐지만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게 접근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항기는 TV 드라마의 사극장르에 있어서 불모지대나 다름없다. 이 시기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고 개화기 이후 식민지시대로 이어지는 등 역사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어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힘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극은 조선초부터 중반의 시기에 집중돼 왔고 그나마 장희빈 장녹수 등 궁중 암투위주의 여인사극이 주류를 이뤄왔다.
「찬란한…」은 이런 어려움을 뚫고 개화기를 사극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면서 고증을 통한 충실한 재연으로 중고생을 비롯, 시청자에게 교육적 성과를 거뒀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찬란한…」은 「보는 드라마」가 되는 데에는 실패했다. 시청자들이 느끼는 소재에 대한 낯설음을 감안하더라도 다큐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이야기 전개방식이 건조한 편이었다. 강화도조약 신미양요 임오군란 등 드라마 속에 나타난 역사적 사건들은 충실하게 소개됐지만 드라마적 재미보다는 개별적 사건의 나열에 가까워 아쉬움을 남겼다.
이 드라마는 시청률과 재미 등 「두마리 토끼쫓기」에는 실패했지만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또 시청률 때문에 파리목숨처럼 드라마들이 폐지되는 가운데 당초 기획된 1백부작을 끝까지 방영한 방송사의 뚝심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