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元在기자」 남의 나라 얘기 정도로만 여겨온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의 TV토론이 마침내 「실제 상황」으로 다가오게 됐다. 최근 여야가 97년 대선의 TV토론 원칙에 합의하자 방송가에서는 구체적인 토론회 운영 방안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방송학회가 30일 서울 서강대에서 개최하는 가을철 학술대회에서는 TV 선거토론을 비롯해 방송과 정치의 상관관계를 중점적으로 다루게 된다. 이종수한국언론연구원 연구위원은 「97년 한국대통령 TV토론회를 위한 제언」 제목의 발제문을 통해 △주관단체 △참가범위 △개최시기 및 횟수 △진행방식 등 각 항목별로 외국의 사례를 들어가면서 대안을 내놓았다.
우선 결정해야 할 문제는 「누가 토론회를 개최하느냐」는 것. 이위원은 현실 여건상 TV3사가 협의해 합동토론회를 여는게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 별도의 토론주관 단체를 만드는 것도 검토해 볼만하다고 제안했다. 미국의 경우 지난 87년 비정치 비영리 성격의 대통령후보 토론위원회를 구성, TV토론회를 선거운동의 한 과정으로 제도화해 공정성 시비를 불식시켰다는 것.
유권자 입장에서는 당선 가능성이 큰 두명의 후보가 맞대결 형식으로 논전을 벌일 때 가장 큰 재미와 역동감을 느끼게 마련. 이위원은 그러나 토론의 효율성 못지않게 동등한 기회보장도 중요한만큼 일단 유력후보 두명이 1차 토론을 벌인 뒤 추가로 군소후보를 참석시키는 등의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토론회는 생방송으로 진행하되 가능한 한 시청률이 높은 프라임 시간대에 방영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 해 서울시장 선거의 TV토론은 질문에 대한 답변시간을 2분30초∼3분으로 제한하는 바람에 후보간의 정책 차별성을 부각하는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후보들이 「안전 운행식」의 소극적 토론 자세를 고수해 횟수가 거듭될수록 맥빠진 분위기로 흐르는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이위원은 전문 조사기관에서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을 선정, 이들이 후보자에게 직접 질문을 던지는 「시민포럼」 방식을 도입하면 토론회가 한결 생동감있게 진행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