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許 燁기자」 7일 첫 방영된 MBC 주말극 「사랑한다면」은 소재와 편성 등 두가지 측면에서 파괴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관심거리다.
우선 종교적 갈등을 다룬 소재파괴. 이 드라마는 종교가 서로 다른 집안의 남녀가 결혼문제를 두고 집안의 반대에 부닥치면서 겪는 갈등을 다루고 있다. 남녀 주인공인 불교집안의 박신양과 기독교 집안의 심은하는 「종교판 로미오와 줄리엣」인 셈이다.
드라마에서 종교 갈등은 금기소재중 하나다. 특정 직업을 조금만 비하해도 항의가 쏟아지는 방송현실에서 종교 갈등을 다루다가 자칫하면 특정 종교와 관련해 감당할 수 없는 사태를 빚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랑한다면」의 내용 가운데도 『예수믿는 집안에서는 조상님 제사도 안 지낸다』며 비난하거나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아버지(한진희)의 지나친 결벽증은 특정 종교인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었다. 또 속칭 점집에서 본 궁합의 결과를 가지고 전전긍긍하는 이모할머니(김을동)의 모습도 다소 과장돼 보였다.
두번째는 편성파괴. 이 드라마는 토요일과 일요일 각각 2회씩 방영되어 주말극의 통상적인 편성 개념을 흔들었다. 이는 「모래시계」나 「코리아 게이트」 등 SBS에서 시도한 바 있지만 MBC의 경우는 처음이다.
이런 편성파괴는 KBS 인기주말극 「첫사랑」을 겨냥한 충격요법으로 풀이된다. 「사랑한다면」은 특히 이전 주말극 「가슴을 열어라」를 조기종영시키고 출발한 드라마라는 점이 그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사랑한다면」은 첫 4회 동안 불교 기독교 등 종교생활을 그린 가운데 드라마의 갈등구조를 설정하는데는 일단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혼기를 앞둔 청춘 남녀의 종교적 갈등은 현실에서도 자주 빚어진다는 점에서 시청자의 폭을 넓힐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기소재에 도전한 「사랑한다면」의 행로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