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시라,MBC「미망」서 운명과 사랑앞에 『왕콧대』

  • 입력 1996년 12월 13일 19시 37분


「李元洪기자」「개미허리」로 유명했던 여배우 비비안 리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가 아름다운 이유는 그녀의 「외모」 때문만은 아니었다. 미국 남북전쟁 전후 남부 지방의 대농장을 경영하며 굴곡많은 운명에 정면도전하는 그녀의 불굴의 의지 또한 그녀의 아름다움을 빛나게 장식했다. MBC 수목드라마 「미망」에서 채시라가 중점을 두는 자신의 이미지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와 닮았다. 채시라는 개성인삼상인 집안의 몇대에 걸친 파란을 그린 「미망」에서 여주인공 태임역을 맡아 지난 86년 「조선왕조 5백년」이후 7년만에 사극에 출연했다. 거부였던 할아버지 전처만(최불암 분)의 쇠락을 눈앞에서 지켜본 그는 여자의 몸으로 개화기의 혼돈속에서 집안을 거대 갑부로 다시 일으키는 여류 사업가 역을 맡아 지난 11일부터 등장했다. 『시대가 바뀌는 혼란속에서 파란을 겪는 역이죠. 역경을 무릅쓰고 개성인삼상인의 혼을 되살리는 제 역할을 두고 스칼렛 오하라와 닮았다고들 합니다』 그는 할아버지의 배려로 개화기 신식교육을 받은 신여성으로 등장한다. 그는 여장부의 면모와 함께 쇠락한 양반집안의 아들 종상(김상중 분)과 부유한 집안의 아들 박승재(전광렬 분)의 구애속에서 갈등하는 여성의 면모를 함께 보여주어야 하는 까다로운 역을 연기해야 한다. 아역배우 권해광이 채시라의 극중 아동시절 연기를 마친 뒤 채시라가 본격 등장하는 장면을 촬영중이던 지난 12일 용인 야외 세트장. 햇볕에 녹아 질척거리는 진흙길 위에서 출연진들의 짚신이 젖었다. 버선발에 묻어나는 진흙물처럼 범벅이 된 구한말 개화기의 혼탁한 시대. 한복과 짚신차림 일색의 인물들속에서 신식교육을 받고 돌아온 채시라는 화사한 양장으로 별세계의 인물처럼 파격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자신을 좋아했던 두명의 남자와 함께 한 강가 촬영. 과거 양반이었지만 현재 쇠락한 자신의 집안에 열등감을 갖고 있는 종상의 어색한 표정과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는 승재 사이에서의 그녀의 웃음은 도도했다. 『사랑이 사람을 비굴하게 만든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사랑한다는 이유로 연인 앞에서 비굴해지는 경우도 있지요. 극중 저의 웃음은 저에게 사랑을 바치는 두 사람에 대한 도도함과 오만함을 지닌 게 사실입니다』 운명과 사랑앞에 도도했던 여인. 하지만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누구보다 강한 열정과 따뜻한 가족애를 보인 여인. 『복잡한 성격이라 어렵다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연기자라는 것은 내면이든 외면이든 주어진 역을 소화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지난 주말 1시간밖에 잠을 자지 못했다는 말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활기찬 모습이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