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甲植기자」 지난 80년부터 17년째 농촌을 배경으로 한 대표적 장수드라마 MBC 「전원일기」가 등장인물과 무대 등을 바꾸어 방영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소재의 고갈과 초창기에 비해 낮은 시청률, 경쟁드라마의 출현(KBS1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등으로 한때 폐지가 검토됐지만 지난달부터 평일에서 일요일 오전으로 시간대를 이동하고 드라마의 시계를 5년 늦춰 비교적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우선 새로운 인물의 「수혈」을 통해 매주 같은 인물과 이야기가 반복되는 듯한 장기방영의 식상함이 사라졌다.
아역에서 성인으로 성장한 영남과 복길의 사랑이 한가닥을 이루고 이들을 둘러싼 두 집안의 미묘한 갈등이 등장한다. 고교생으로 자란 수남의 눈을 통해 진학과 풋사랑 등 청소년의 고민과 시각을 지켜보게 된 것도 새로운 볼거리다. 또 순수 농촌의 모습에서 도시화된 마을의 풍경과 개량된 농가의 세트는 변화된 세월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 15일 방영된 「날 불러주오」편은 고사 초대문제로 생긴 김회장네와 일용 어머니의 갈등과 사기 전력이 있는 일용의 친구를 둘러싼 오해를 다뤘다.
두 사건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있을 법한 일로 시청자의 공감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소재였지만 갈등의 해소과정은 매끄럽지 못했다. 시추에이션 드라마는 매회 방영분마다 주제에 대한 결말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번 편의 경우 등장인물의 갈등과 심리을 묘사하다 시간에 쫓겨 서둘러 막을 내린 느낌이다.
「전원일기」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등 농촌을 다룬 드라마들이 지닌 일상적 소재의 홍수사태는 더욱 큰 문제로 남아 있다. 고부문제나 가족과 이웃의 갈등 등이 주류를 이뤄 다른 일일극과 차별성이 없다. 농촌드라마라는 분류가 의미를 지니려면 일상적 소재 외에도 우리 농촌이 안고 있는 현실적 문제들이 드라마 속에 녹아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