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許 燁기자」 KBS 2TV 인기 주말극 「첫사랑」이 최근 방향감각을 상실한 듯한 인상이다. 청춘 남녀의 첫사랑을 통해 오늘날 잊혀져 가고 있는 순수와 가족애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있는 이 드라마는 요즘 납득하기 어려운 폭력 장면이 늘어나면서 시청률 1위의 값어치를 의심케 한다.
문제는 폭력장면의 잦은 등장과 더불어 그 장면이 극중에서 설득력이 있는가라는 점이다. 폭력은 찬혁(최수종)과의 교제를 반대하는 효경(이승연)의 아버지가 두 사람을 떼어놓는 과정에서 행사된다. 효경의 아버지는 효경의 외삼촌을 중간 두목으로 내세워 폭력조직을 거느리고 있다.
이런 배경아래 찬혁의 집안은 마치 「마피아」에 의해 쑥대밭이 되는 듯하다. 아버지도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맞고 동생(배용준)은 아예 피투성이가 된 채 외진 창고에 감금당한다. 또 한 깡패는 마지 못해 배용준을 풀어주며 『줄을 잘 잡아 살아났지만 다음에는 죽을 줄 알아』라며 섬뜩한 대사를 내뱉는 등 마치 갱영화의 한장면을 보는 듯하다.
과연 이런 자극적인 장면이 극의 전개에 필요한 것인가. 물론 효경과 찬혁이 나누는 사랑의 비극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폭력을 「등장」시켰겠지만그정도가 상식을 넘어섰다는 느낌이다. 게다가 22일 밤 방영분(32회)은 폭력조직과 관련된 장면이 자주나와「수사극」을 연상시켰다.
「첫사랑」은 처음부터 줄곧 시청률 정상을 고수하고 있다. 주인공들의 순결한 풋사랑, 인간승리의 일면, 자식의 성공을 기다리며 고달픈 삶을 감내하는 아버지 등이 각 세대들의 관심을 끌만한 요소이고 KBS 주말극에 대한 시청자들의 시청습관과 신뢰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드라마가 설득력없이 자극적인 장면을 내보내는 것은 공영방송이라는 타이틀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대표적 가족시간대인 주말 저녁에 어울리지 않는 한편 원래 기획의도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