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치대 음악그룹「개구장애」,노래로 세상 고발

  • 입력 1996년 12월 29일 20시 56분


「許 燁기자」 서울대 치대 재학생 10명이 음악그룹을 결성하고 공식음반을 발표, 가요계로 나섰다. 여학생 2명을 포함, 치대 예과 1년에서 본과 3년까지 학생들이 모인 이들은 「개구장애」(開口障碍). 의학용어인 이 말은 아래턱뼈와 머리뼈를 연결하는 악관절 등의 기능이상으로 입을 벌리는데 어려움을 겪는 증상을 가리킨다. 리더 김태건(26)은 『개구장애 증상은 대부분 조금씩 겪는다』며 『하고 싶은 말을 못하는 이 시대 많은 사람들의 「병」을 은유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런 까닭으로 음반에서는 하고 싶은 말을 많이 담았다. 앨범의 도입부 「유실물 센터에서」는 지하철 유실물 센터에 잃어버린 물건을 찾으려 갔더니 막상 어린날의 꿈, 사랑과 사람에 대한 믿음 등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다는 상실감을 읊조린 것이다. 머릿곡 「엘도라도」(축복의 땅)도 무작정 환상에 사로잡혀 「골드 러시」를 이루는 사람들에 대한 경종이다. 음반 재킷에도 가사에 대한 소감은 이렇게 적혀 있다. 「시험기간중 무언가를 외우며 노트에만 눈길을 주며 바쁘게 걸어가는 나의 모습을 볼 때 나 자신이 황금을 찾아가는 골드러시의 무리속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반쪽마저 날린 사람」은 시체해부 실습시간에 너덜너덜해진 카데바(해부용 시체)를 보고 『사람들이 메스를 들고 다른 사람들의 꿈을 난도질 하고 있지 않은가』라며 각박한 세태를 노래하고 있다. 음반의 느낌은 대학생 그룹답게 풋풋하다. 전자음을 거의 배제했고 정직한 소리와 단순하고 정갈한 연주음이 가득하다. 또 타이틀곡을 부른 장인진의 목소리도 아마추어 티를 벗어나지 않았다. 장인진은 『기성 가수들과 어설프게 차별화를 시도하기 보다 삶을 생각해보는 노래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치과대학내 노래 동아리 「아침이슬」 선후배 사이. 이번 공식앨범에는 만학도인 송재경(37·본과 1년)이 「주동」을 했다. 송재경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자공학석사를 취득하고 기업체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93년 다시 진학한 「별난 인생」. 학기말 시험이 28일 끝나 내년초부터 방송에 출연하는 「개구장애」는 『입을 열어 치아를 지켜주는 치과의사처럼 노래도 같은 과정으로 사람들에게 정신적 건강을 주고싶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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