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리뷰]「용의 눈물」,조선초 正-野史 적절 배합

  • 입력 1997년 1월 28일 20시 25분


[權基太기자] KBS 1TV가 주말 드라마로 방영하고 있는 「용의 눈물」(김재형 연출)은 조선초기 개국과 새 국가의 정초를 닦아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고급 대하사극이다. 「용의 눈물」 최근 방영분처럼 여말선초의 역성혁명을 다룬 이전의 드라마로는 5공 초기에 제작됐던 「개국」이 있다. 이성계의 「무인」 이미지와 개국 이후의 다양한 치국 정책들에 치중했던 이 드라마는 지나치게 남성 인물과 정사(正史) 위주로 제작됐으며 「국책성」이 있을지 모른다는 의심을 받았다. 그러나 「용의 눈물」의 경우 이같은 점들을 탈색하고 정사를 중심으로 야사(野史)를 적절히 배합, 남성뿐 아니라 여성 시청자들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최근 방영한 17∼19회분의 경우 정사 중심의 「개국」에서는 제대로 다루지 못했던 「두문동 72현」의 참살을 그리고 있을 뿐 아니라 차기 왕권을 자기편에서 차지하기 위한 왕비 강씨와 왕자비 민씨(이방원의 처) 사이의 치열한 대립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고 있다. 이같은 권력 투쟁에 있어 여성들의 비중을 강조하기 위해 작가 이환경씨는 태조 이성계가 궁을 떠나 계룡산으로 향했고 이방원은 일견 정치에 무관심한 듯 보이는 것으로 상황 설정하고 있다. 또한 두 여성의 대립을 끌어내기 위한 복선으로 세자빈과 내시 이만의 통정을 배치한 작가의 구성력은 능란하고도 정밀하다. 세자빈은 하나의 새 왕조를 열어 왕실의 터를 닦으려는 이성계 일가에 정치 외적인 위기를 가져오게 하고 있다. 또한 그녀와 세자 이방석의 고독은 권력의 중심에 선 여린 인간들의 내면을 보여주는 것인데 이는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 친근감을 갖게 하는 또다른 요소라 할 수 있다. 권토중래를 꿈꾸고 있는 왕자들의 권력의지가 어떤 형식을 통해 표출될지 앞으로의 내용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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