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許 燁 기자] 방송의 편성정책은 프로의 기획단계부터 프로의 내용, 방영시간, 방영후 평가를 점검하는 것이다. 특히 설 등 명절연휴에는 명절의 의미를 부각시키는 한편 가족시청시간을 고려해 프로를 꾸미고 방영하는 게 편성의 기본이다.
그러나 방송 3사의 이번 설특집은 잦은 땜질용 영화, 설과 무관한 드라마의 재탕, 가족시간대에 맞지 않는 프로 등으로 안이한 편성의 단면을 드러냈다.
아쉬움은 29편의 TV 영화가 시청률을 겨냥한 액션 위주의 오락물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에서 더해졌다. 이 가운데 핏줄을 확인하는 할리우드 영화 「레인맨」처럼 가족의 의미를 내세우는 영화가 몇편은 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MBC는 지난해 설과 추석때 각각 방영한 영화 「마누라 죽이기」 「동방불패」를 재탕했으며 「횡재 삼천만」(SBS) 「중국룡」 「중국룡 2」(MBC)는 수준을 가늠키 어려울 정도.
MBC는 또 다큐 「조상들의 성문화」를 7일 오전 8시10분에 편성, 가족이 한자리에서 보기 낯뜨거운 내용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
SBS는 특집다큐 「게」를 설날인 8일 오전 9시에 방영, 아쉬움을 주었다. 차례와 세배에 바쁜 시간이었던 탓으로 공들인 만큼 집중받지 못했으며 7일밤 드라마 「개가 된 사나이」는 1년전 설에 방영했던 것.
KBS도 두개 채널의 여유를 살리지 못했다. 영화 11편 가운데 가족영화는 드물었고 재방한 「남자만들기」와 「슈퍼마켓에서 길을 잃다」는 설과 무관한 내용으로 「땜방」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KBS는 또 노인노래경연프로 「전국실버가요제」(1TV)를 9일 오전 7시반에 내보내 할아버지와 손녀 등이 함께 보기를 기대하지 않았다.
이밖에 방송 3사의 다른 오락프로도 한복 시골 등 상투적인 내용을 반복했을 뿐이며 색다른 포맷과 아이디어를 보여준 프로는 「가족패왕전」(MBC) 「중국동포 큰잔치」(SBS) 「열린음악회」(KBS) 등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