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식 기자] 드라마 작가 세계에서 남성들의 「반란」이 시작됐다.
TV드라마는 여성작가들이 인기를 주도하며 철저하게 「여성상위시대」를 유지해온 영역이었다.
인기작가 김수현씨의 KBS 「목욕탕집 남자들」을 비롯, SBS 「모래시계」(송지나) KBS 「바람은 불어도」(문영남) MBC 「애인」(최연지) 등 굵직한 화제작 대부분이 여성작가들의 작품이었다.
남성작가들은 「서울의 달」 「옥이 이모」의 김운경, 「장희빈」의 임충씨 등이 겨우 명맥을 유지해 왔다.그러나 지난해말부터 남성작가의 드라마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여성작가의 아성에 균열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형제의 강」(이희우) 「임꺽정」(김원석 유동윤) 「꿈의 궁전」(윤정건) 등 남성작가들이 쓴 SBS의 「드라마 트리오」가 시청률 순위표의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며 인기드라마로 자리잡았다.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MBC 「미망」을 비롯, 변두리 농촌과 시골 역사를 무대로 한 KBS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MBC 「간이역」 등 주간단막극도 남성작가들의 작품이다.
여기에 3월부터 방영되는 KBS 주말드라마 「파랑새는 있다」(김운경) 수목드라마 「욕망의 바다」 MBC 일일극 「세번의 사랑」(이홍구)까지 보태면 드라마시장에서 차지하는 남성작가들의 지분은 더욱 커진다.
방송작가협회 임동호국장은 『최근 남성작가군의 강세는 신세대풍의 트렌디 드라마와 멜로물의 상대적 퇴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방송가에서는 멜로물의 경우 「남성PD+여성작가」의 결합을 이상적 유형으로 본다. 드라마의 주시청자층인 여성층을 겨냥한 여성작가의 섬세한 묘사와 남성PD의 보완적 기능이 드라마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꺽정」 「미망」 등 사극류와 「형제의 강」 등 코믹하면서도 선이 굵은 드라마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작가협회에 소속된 6백여명의 작가중 사극을 집필할 수 있는 여성작가가 거의 전무한 데다 김운경 등 베테랑 남성작가들이 코믹하면서도 선이 굵은 드라마 영역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