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리뷰]SBS 「꿈의 궁전」

  • 입력 1997년 2월 17일 20시 15분


[신연수 기자] 도대체 줄거리가 뻔하다. 「꿈의 궁전」이라는 프랑스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SBS 주말드라마 「꿈의 궁전」은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정민(김지호 분)과 민상(이민우), 석환(이훈)과 미강(김원희)의 앞날은 불을 보듯 훤하다. 레스토랑 사장(이응경)과 피아니스트, 주방 설거지 담당(서인석)의 「삼각관계」도 그 결과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드라마상에서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지배인(이순재)의 신분이나 미강의 전 애인 독배와 석환의 갈등도 이미 초반부터 드러난 것이나 다름없다. 이 드라마는 현실성도 별로 없다. 눈처럼 순박한 정민의 캐릭터와 그를 아끼는 부잣집 아들의 헌신적 러브스토리는 실제로는 있을 법하지 않고 재벌 총수가 주변 레스토랑의 지배인으로 숨어산다는 설정도 그렇다. 무지하면서도 고상한 지식인 흉내를 내는 이응경과 피아니스트의 너스레는 실소를 자아낸다. 평소에는 백치처럼 가만있다가 충격을 받으면 『악』하고 쓰러지는 김지호의 연기는 차라리 안쓰런 느낌마저 준다. 그래도 주말만 되면 채널이 「꿈의 궁전」으로 맞춰지는 이유는 뭘까.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사건이 많이 터지는 현실에서 고만고만한 생활이야기가 진짜 사람사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 약간씩 모자라는 듯한 등장인물의 순진함과 정직함이 삭막하고 메마른 세태속에서 오히려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지난 16일 방송분에서 레스토랑 피아니스트의 과장되고 서투른 노래 「Without You」에 겹쳐지는 「명예퇴직」 가장과 부인의 잠자리 모습이 어떤 세련된 영화 장면보다 아름답게 느껴진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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