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용의 눈물」,6백년前 한양천도『실감재현』

  • 입력 1997년 2월 23일 20시 07분


[용인〓권기태 기자] 조선초기 「한양 천도」는 실제 어떤 여로를 통해 이뤄졌을까. 조선초기 역사를 극화하고 있는 KBS 대하사극 「용의 눈물」 제작진은 지난 21일 대규모 인력이 투입된 「한양 천도」 촬영현장을 공개했다. 이날 오후 1시반 경기 용인 민속촌. 탤런트 40여명 엑스트라 3백20여명을 포함한 5백여명의 제작진이 어가(御駕)와 중신 행렬을 중심으로 1백50m 가량 포진해 당시의 모습을 부분적이긴 하지만 재현했다. 두문동 72현 참살사건과 왕씨 멸족사건 이후 개경에 서린 고려 왕조의 원혼을 두려워한 태조 이성계가 무학대사의 추천을 받아 한양의 새 궁궐로 떠나는 장면부터 촬영했다. 『왼발, 왼발, 왼발』 제작을 책임지고 있는 김재형PD(61)가 「논산 훈련소 조교」처럼 우렁찬 육성으로 출발하려는 행렬에 발 맞추기 준비동작을 연거푸 호령했다. 이윽고 『레디, 출발』 소리가 터져나오자 일대는 동시녹음을 위해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지고 15필의 말과 기병, 10대의 고급 가마, 의장용 도끼와 어고(禦鼓), 전통 군악대, 궁중 내관들의 장중한 행렬이 전진하기 시작했다. 오전 5시반부터 분장 의상 리허설 등의 준비를 한탓에 어가를 멘 28명의 엑스트라들은 힘겨운 한편 씩씩한 포즈를 연출하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도 몇 사람의 연기실수로 무위가 됐다. 『캇! 이거 뭐야, 패잔병처럼. 당신 방패 똑바로 세우지 못해』 김PD의 고성에 긴 행렬은 뒤로 돌아 원위치로 다시 출발해야 했다. 이후에도 행렬은 「가마가 수평이 아니다」 「어가가 나뭇가지에 걸렸다」는 이유로 「NG(불량)」를 내는 등 2시간동안 10여차례 고된 행진을 반복했다. 이후 카메라는 크레인과 레일 이동차량에 실려 행렬을 다각도로 촬영했다. 제작진은 『4백여명의 인력을 4천명처럼 보이게 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조준역을 맡은 탤런트 문창길 등은 카메라를 벗어나자마자 가마에서 뛰어내려 탈진 기미를 보이는 엑스트라들을 배려했다. 길어야 2분 안팎으로 방송될 이날 제작을 위해 든 비용은 8천여만원. 「용의 눈물」 1회 제작비 6천만원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인력 비용 외에 소품차 의상차 발전차 수송용 버스 등 40여대의 차량이 동원된 까닭이다. 김PD는 『천도 여로는 용인에 이어 남한산성과 경복궁으로 옮겨가며 완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촬영된 내용은 오는 3월8일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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