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재기자] SBS 대하드라마 「임꺽정」이 불안해 보인다. 초반부에 시청자들을 휘어잡았던 긴장감은 회가 거듭될수록 느슨해져가는 느낌이고 내용도 산만하게 전개되고 있다.
22, 23일 방영분은 『이러다가 「임꺽정」이 중심을 잃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더욱 깊게 했다. 지난 주말 소개된 31, 32회에서는 서울에 온 임꺽정이 청석골 식구의 존재를 외면한채 주색잡기에 빠져드는 모습이 주를 이뤘다.
이틀치 내용은 영웅호색(英雄好色)이라는 속설을 매개로 극적 재미를 살리는 한편 양반처럼 안락한 삶을 즐기고 싶은 「인간 임꺽정」 내면의 욕구를 보여주려는 장치로 이해된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원작을 무시하기 어려운 고충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드라마의 전체 골격에 비춰 이 부분에 대한 묘사는 정도 이상으로 장황했다는 인상이 남는다.
「임꺽정」이 활기를 잃은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에피소드 위주의 전개와 무리한 횟수 늘리기 탓이 크다.
이 드라마는 주인공 임꺽정과 독특한 무술 장기를 지닌 일곱 두령에 얽힌 얘깃거리를 하나씩 풀어가면서 20여회를 보냈다. 시청자들의 관심은 자연히 탐관오리와 부패한 양반을 혼내주는 청석골 영웅의 활약상 쪽으로 모아졌지만 정작 이 부분에 이르러 「임꺽정」은 곧바로 나아가지 못한채 변죽만 울리는 모습을 보였다.
드라마가 종반을 향해 치닫는 지금, 제작진은 막대한 돈을 들여 만든 「임꺽정」의 제작취지와 의미를 되짚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