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식 기자] 『이번에는 바꿔야겠지. 지난번 「수석」은 너무 모가 나서…』
측근에게 넌지시 의견을 묻던 왕은 마침내 『원만하고 둥그런 「수석」이 좋겠다』며 그동안 애지중지하던 「수석(水石)」을 밀어내고 둥근 모양의 수석을 꺼내놓는다.
KBS 2TV 「웃음천국」(토 오후5.50)에 신설된 정치풍자 코너 「이무기의 꿈」에 등장하는 이 대목은 최근에 있었던 청와대 수석비서진의 교체를 연상시킨다.
8일 첫회가 방영되는 「이무기…」은 스타의 부재와 소재의 고갈로 침체의 늪에 빠진 코미디 분야에서 모처럼 등장하는 정치풍자 코미디.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같은 방송사의 사극 「용의 눈물」의 상황설정에 현실정치의 단면들이 결합돼 중심 줄거리를 이룬다.
자신의 후계자에게 왕위를 넘기려는 왕과 4명의 왕자가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여기에 9룡(龍)으로 불리는 대군들이 세자책봉 등 후계구도를 둘러싼 경쟁 속에 「대권」을 향해 뛴다.
대본을 맡은 개그작가 장덕균씨는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후계구도 내지 현실정치의 단면을 코미디 특유의 웃음과 풍자로 엮을 계획』이라며 『웃음뿐 아니라 국민들의 정서도 담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무기…」의 중심인물로 차남이 설정된 것도 의미심장하다. 개그맨 이봉원이 권력투쟁 끝에 왕위에 오르는 이방원과 이름 발음이 비슷해 어눌하고 사고뭉치인 주인공 둘째 왕자로 등장한다. 여기에 엄용수 양종철 유재석 등이 출연한다.
첫회에는 「수석」 사건과 함께 개각을 둘러싼 하마평들이 다뤄진다. 중신들의 은밀한 회동장면.
『누가 되는지 알아야 줄을 대지』
『정말 누가 될 것 같아』
『「고건」 내가 잘 모르겠네』
작가 장씨는 『방송가에서는 87년이후 대선을 전후해 정치코미디가 유행한다는 「5년주기설」이 유행해 왔다』면서 『정치코미디가 다시 부흥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방송가에서는 이 코너가 자사 드라마의 이미지를 이용한 아류작이라는 비판과 함께 민감한 소재에 대한 방송사 안팎의 제동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