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식기자] 아이들과 TV를 함께 보기가 쉽지 않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청률이라는 「괴물」이 저녁 가족시간대조차 선정과 폭력, 억지웃음으로 파괴해버리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방영된 SBS의 「재동이」(이희명극본 최문석연출)는 모처럼 어른과 아이의 TV 「함께 보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프로였다.
주간단막극으로 방영되는 이 프로의 첫회는 「재동이 유치원 가다」. 일곱살바기의 유치원 진학을 기둥 줄거리로 다뤘다.
주인공 재동은 강아지의 「양육」을 위해 어머니의 스카프와 아버지의 꿀단지를 훔친다. 또 친구의 새옷을 전자레인지에 말리다 망치는 등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을 저지르는 말썽꾸러기. 재동이가 마침내 유치원 입학식날 친구들과 사라지는 바람에 입학식은 연기된다. 여기에 어머니가 없는 범모네의 이야기와 강아지를 둘러싼 에피소드가 끼여든다.
아이를 키워본 부모라면 한번쯤 겪었을 법한 평범한 소재다.
친근한 소재이면서도 시청자들을 동심의 세계에 빠지게 만들고 유쾌한 웃음까지 제공한다. 무엇보다 부모와 재동이 극중에서 나누는 생각과 대화들은 서로에게 높지도 낮지도 않은 「눈높이」로 이뤄진다.
『지금 내 감정상태라면 때리고 싶지만 재동이는 지금 자신이 잘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럴 때 때리면 교육에 역효과라는데…』(엄마)
『지금 엄마는 나를 어떻게 혼낼까 생각중이다. 매로 때리든지 길게 야단을 칠 텐데. 어느 쪽이 나을까』(재동)
드라마는 또 제목만 아이를 등장시킨 것이 아니라 할 말이 많은 아이들에게 발언권을 줘 주인공으로 대접하고 있다.
어른들은 그럴듯한 이유를 내세워 『애들은 가라』며 아이들을 TV밖으로 내쫓고 아이들은 만화와 쇼프로에 리모컨을 고정시켰지만 이 프로는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시청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