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은 『정치의 봄』…「한보청문회」 생중계등

  • 입력 1997년 3월 28일 07시 45분


「코미디 전망대」
「코미디 전망대」
[김갑식 기자] 정치풍자라면 제풀에 몸을 사리고 웅크리던 안방극장이 바야흐로 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달초 프로개편과 함께 코미디 분야의 「봄 기운」이 완연하다. 「전직 정치인」을 등장시킨 SBS 「코미디 전망대」(화 오후7.05)의 「전망대 당무회의」 코너와 「이주일의 코미디쇼」(일 밤10.55)중 「여자가 여자 다워야지」가 대표적이다.

「전망대 당무회의」코너는 김동길 전국민당대표가 「당 고문」역으로 출연, 단연 눈길을 끈다. 정당 이름을 「국민을 사랑하는 정당」의 약칭 「국사당」으로 바꿀 것을 주장하는 당직자, 10대들이 옷자락으로 길바닥을 쓸고다니지 못하도록 「힙합바지 착용금지법」을 만들자는 정치인의 주장을 놓고 웃음섞인 논쟁이 벌어졌다. 그러나 웃음도 잠시. 곧바로 『정치는 쇼니까 새 당명으로 「쇼당」이 어때요』 『닭의 몸통을 비틀어도 나는 깃털이야』 『당신은 전국구 아냐. 돈이나 모아』 등 등 풍자의 「칼」이 이어진다.

기생집 「서울옥」을 무대로 하고 있는 「여자가 여자 다워야지」에는 이주일 전국회의원이 개그맨 김형곤 이용식과 함께 여장 기생으로 등장, 어울리지 않는 교태를 부리며 요즘의 정치권 상황을 풍자한다.

「대표마담」 교체에 충격을 받은 김형곤이 『「서울옥」의 정신적 대표는 나야』라고 말하자 특별출연한 가수 박상규는 『사람들이 나를 대쪽이라고 한다』며 응수했다. 또 『우리끼리 다투면 옆집 「충청옥」 「호남옥」 등 경쟁 술집만 좋아한다』며 단합을 강조하기도 한다.

코미디와 함께 대권과 정치권력을 소재로 다룬 드라마들도 안방극장의 「정치 바람」에 가세하고 있다.

조선 개국초를 배경으로 이방원과 대군들 그리고 정도전 세력의 갈등을 실감나게 그리고 있는 KBS의 대하사극 「용의 눈물」은 현실정치에 곧바로 대입될 수 있을 만큼 시청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4월부터 재방영되는 SBS 「모래시계」도 관심의 대상이다. 95년 첫방송 당시는 서울에서만 볼 수 있었으나 이번에는 지역민방을 통해 전국적으로 방영되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일으킬 「모래 바람」이 만만찮을 것 같다. 정치권력 앞에서 맥을 못추는 안기부 검찰의 약한 단면이 생생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는 「한보청문회」가 다음달 7일부터 생중계되면 TV의 정치바람은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KBS의 한 PD는 『방송사의 보신주의 때문에 KBS 코미디 「이무기의 꿈」처럼 일부 내용이 삭제되기도 했지만 일단 한보청문회가 시작되면 코미디와 드라마 등 프로의 현실비판은 훨씬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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