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식기자] 「모래시계」의 보디가드 이정재가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치켜들었던 죽도 대신「웃음보따리」를 지고 나섰다. 이달 하순께 개봉되는 영화 「박대박(朴對朴)」에서다.
이 영화는 제목이 말해주듯 부자지간의 두 박씨가 벌이는 갈등과 웃음을 담은 법정 코미디. 두들겨맞아 퉁퉁 부은 채 코피를 틀어막거나 멍자국을 빼려고 달걀을 굴리며 법전을 뒤적거리는 이정재의 모습은 「분위기맨」이라는 기존 이미지와 한참 거리가 있다.
그는 『「모래시계」와 영화 「불새」에서 연기해온 인물이 분위기는 있지만 다소 어두웠다』면서 『어느 장르보다 순발력이 필요하다는 웃음 연기를 통해 새로운 매력을 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방위복무뒤 첫 출연한 「불새」의 흥행참패로 상처입은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각오도 내비친다.
그는 「박대박」에서 이혼소송 전문 변호사 박수석으로 등장한다. 승소율 90%이상을 기록하는 유능한 인물이지만 판사인 아버지 기풍(주현)과 짝사랑하는 여검사 미정(이혜영)의 반응은 냉랭하다.
적 아닌 적, 가깝고도 먼 사이가 된 아버지와 아들은 마침내 살인사건 공판에서 판사와 변호사로 정면대결을 펼친다. 박수석은 다른 변호사들이 맡기를 꺼리는 이 사건을 승리로 이끌면서 화해(아버지)와 사랑(애인)을 한꺼번에 얻는다는 내용.
이정재는 『웃지 않는 것이 남을 웃기는 지름길』이라고 그동안 터득한 웃기기 비법을 털어놓았다. 실제 변호사를 인터뷰한 것을 비롯, 「투캅스」 등 코믹 연기로 흥행시장을 주도해온 박중훈의 작품을 교과서 삼아 연구하고 실습했다고.
『내가 출연한 작품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웃깁니다. 영화를 보다가 배꼽이 빠져도 책임은 질 수 없어요』
영화개봉과 함께 이달 중순경 이정재의 출세작인 SBS 「모래시계」가 재방영될 예정이어서 액션과 코미디를 오가는 그의 매력을 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