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극장」
「2호선 플랫폼에서」. 지하철 신문팔이 영호. 어머니는 가출하고 주정뱅이 아버지는 일찍 세상을 떠났다. 누군가가 말했다. 『역경보다 더 좋은 스파링 파트너는 없다』고. 지하철에서 슬픈 노래를 부르며 껌을 팔 때도, 친구들이 내일의 희망없음을 절규해도 이 「명언」이 그에게 힘을 주었다. 영호는 어느날 지하철 플랫폼에서 12년전 헤어진 동생과 흡사한 여대생 영은을 만난다. 「나를 외면한다면…, 그래도 부딪쳐보자」.
정말 그녀는 동생 영은이었다. 영은은 영호를 창피해 하거나 외면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영호는 알았다. 부자집에 입양된 영은은 다만 예의를 갖췄을 뿐이라는 걸. 마치 식당종업원이나 택시기사를 대하는 것처럼.
그날 영호는 희망을 비웃던 소매치기 친구가 애인에게 버림받고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는다. 무엇이 잘못되었나. 과연 역경보다 더 좋은 스파링 파트너는 없는가.
〈이원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