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흑인연기자 뜬다…에디 머피「메트로」국내 첫선

  • 입력 1997년 4월 11일 07시 55분


덴젤 워싱턴
덴젤 워싱턴
흑인은 「가축」이라는 옛 판결도 있다.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 흑인이 사람으로 대접받고 선거권을 얻기까지 오랜 세월이 필요했다. 그리고 아직도 그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보이지 않게 드리워져 있다. 요즘 흑인 연기자들이 뜨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히트한 SF영화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흑인이 없었다면 지구는 멸망했을 것이다. 튼튼한 팔다리와 따뜻한 마음, 넉넉한 인상의 흑인 공군조종사는 지구에 침입한 외계인들의 심장부에 백인과학자와 함께 잠입, 외계인을 통쾌하게 폭파시켰다. 주인공 공군조종사역을 한 사람은 신인 배우 윌 스미스. 오는 19일에는 할리우드에서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에디 머피가 주연하고 제작 총지휘까지 맡은 액션 「메트로」가 국내에 선을 뵌다. 이제 할리우드의 「블랙 컬러드」에 대한 금기가 깨지고 있다. 미국은 물론 한국내에서 스타로 부상한 배우들만 해도 「쇼생크 탈출」의 모건 프리먼, 「크림슨 타이드」의 덴젤 워싱턴, 「시스터 액트」의 우피 골드버그, 「베벌리힐스캅」의 에디 머피 등. 이외에 가수 휘트니 휴스턴과 바네사 윌리엄스까지 영화에 합세해 국내팬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영화에서 흑인의 지위향상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시절만 해도 영화에 등장하는 흑인들의 배역은 하인이나 갱스터가 주였다. 흑인이 주연으로 등장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 외에 흑인들의 성애장면이 아름답게 그려진 영화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90년대 영화 「보디가드」에 이르면 흑인 여주인이 백인 보디가드를 고용하며 최근작 「사랑을 기다리며」에서는 중산층 흑인여자 4명의 사랑이 아름답게 그려진다. 할리우드 영화의 직접 「세례」를 받는 한국에서도 상황은 달라졌다. 「메트로」를 배급하는 브에나비스타의 김상일사장은 『92년경 「시스터 액트」를 처음 들여올 때만 해도 흑인이 주연한 영화가 되겠느냐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홍보포스터만이라도 늘씬한 백인 배우의 장면을 쓰려 했으나 적당한 사진이 없어 우피 골드버그를 그대로 냈는데 의외로 대성공을 거두었다는 것. 이후 국내에서 인기있는 액션 영화에는 으레 반들반들한 검은 근육을 자랑하는 배우가 등장해왔으며 코미디와 로맨스도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영화축제인 아카데미는 아직도 흑인을 외면하는 분위기다. 덴젤 워싱턴같은 미남배우는 한번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을 법하지만 「아직」이다. 그러나 흑인의 지위가 향상되고 정치적 입김이 커지는 만큼 그 가능성도 열려 가고 있다. 〈신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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