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소재 비디오]「프론트」등 진실 속시원히 파헤쳐

  • 입력 1997년 4월 11일 07시 55분


『정태수는 「언터처블」인가』 『어떻게 저렇게 뻔뻔스러울까』 최근 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 등의 청문회를 지켜본 시민 반응이다. 청문회와 법정 장면을 다룬 비디오로 실제 상황에서 얻은 분노와 허탈감을 풀어보자. 우선 전국민을 분노케 한 정씨의 「오만한」 태도는 영화 「언터처블」에서 로버트 드니로가 연기한 알 카포네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요리조리 법망을 피하며 지하조직을 꾸려나가던 마피아 두목 알 카포네. 탈세혐의로 법정에 서지만 뉘우침은 커녕 당당하기만 하다. 재판을 앞두고 기자들에게 『정말 내게 잘못이 있었다면 자존심이 상하진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사람이 바로 승리자다』 등등 큰소리까지 친다. 법정장면에서도 『너희 같은 애송이들이 뭘 알아』라고 내뱉듯이 턱을 치켜드는 드니로의 연기는 가관이다. 『재판중인 사건이라 말할 수 없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로 답변을 피하며 로버트 드니로 못지않은 「표정연기」를 구사하는 정씨의 모습 그대로다. 그러나 알 카포네는 결국 자신을 끝까지 추적한 연방수사관 네스(케빈 코스트너)의 기지에 무릎을 꿇는다. 「언터처블」, 즉 연방수사대(FBI)의 승리다. 한보청문회의 「김빠진」 질의응답과는 대조적으로 박진감 넘치는 청문회장면이 등장하는 영화로 「호파」가 있다. 「호파」는 미국근현대사에서 노동운동가로 명성을 떨쳤던 실제인물 제임스 R 호파의 의문사를 다룬 명화. 잭 니콜슨이 주연하고 대니 드비토가 감독한 이 영화에서 상원의원 로버트 케네디와 호파가 팽팽한 설전으로 맞서는 장면은 압권이다. 매카시선풍으로 「마녀사냥」을 일삼던 미국의 근대사를 다룬 영화에서도 청문회가 자주 등장한다. 이 가운데 우디 알렌이 주연한 명화 「프론트」(컬럼비아)도 눈여겨볼만한 영화. 식당 캐셔로 등장하는 우디 알렌은 반체제적인 글을 쓰는 작가친구에게 이름을 빌려줬다가 청문회에 끌려나가 조사를 받게 된다. 그러나 매카시의 반공 광기(狂氣)에 대한 반감을 품은 우디 알렌은 끝내 양심을 지키며 친구와 작가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증언을 한다. 이외에 「권력자 콘」(SKC)과 「비공개」(골든베어) 등도 청문회를 통한 공산주의자 처벌을 다루고 있는데 한결같이 증인들의 답변은 진지하고 성실하다. 25일 청문회에 나설 김현철씨의 증언장면은 「프론트」와 「호파」에서 증언하는 우디 알렌과 잭 니콜슨에 가까울까, 아니면 「언터처블」의 로버트 드니로를 닮을까. 〈김경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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