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과 러시아인이 함께 음반을 만들면 어떤 음악세계가 열릴까. 최근 새 음반 「어나더」를 내놓은 그룹 「슈도 코드」(Pseudo Code)는 그런 점에서 흥미롭다.
「슈도 코드」는 미국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한국인 이지훈과 러시아 출신의 기타리스트 발 가이나가 손잡은 「임시 그룹」. 이지훈은 작곡과 노래를, 발 가이나는 기타연주를 맡았고 음반 프로듀스 작업은 공동으로 했다.
이 음반의 수록곡 중 「끝없이 넓어 보이는 이 세상」은 마치 러시아 발라드의 애잔함에다 한국 발라드의 고운 선율감이 조화를 이뤄 한러 합작음악의 백미를 보여주고 있다.
머리곡 「시간 지나 후회할 거야」는 한국팬의 취향을 고려, 러시아 발라드의 무거움을 경쾌한 기타연주와 피아노 등으로 덜어냈다.
「슈도 코드」는 컴퓨터 전문용어로 의사(擬似)명령이라는 뜻. 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 논리의 흐름을 알기 쉽게 정리할 때 쓰는 코드다. 이지훈은 『사람들이 인식하기 어려운 세계를 음악으로 일깨우자는 뜻』이라면서 『한, 러 합작도 그런 실험적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앨범에는 「너를 잊은 내 모습」 「이상(李箱)의 거울」 등 8곡을 담았다.
〈허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