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봄 프랑스 영화계를 달군 가장 큰 이슈는 프랑스 영화 「마이크로 월드」와 미국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의 흥행 대결이었다. 영화 장르의 창시자 뤼미에르 형제의 모국임을 자부하는 프랑스 문화계는 최근 마구잡이로 밀고 들어오는 미국 대중문화에 대해 프랑스어권 국가, 제삼세계 국가들과 손잡고 갖가지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34회 「세계 TV프로그램 시장」(MIP TV) 역시 지난 3월 미국 텔레비전 제작자협회에서 개최한 「프로그램 견본시장」에 맞서기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의 MIP TV에도 예년과 다름없이 NBC CBS CNN 등 미국의 대형 방송제작사들이 공세적으로 참여했다. 1백23개 미국 방송영상업체들이 자체 부스를 설치, 5천여평에 이르는 전체 행사장의 4분의1 이상을 성조기로 장식했다.
이들의 간판 상품은 영화와 드라마. 「혹성」(NBC제작) 「스타게이트」(MGM) 「스타워즈」(20세기 폭스)처럼 대규모 자본과 할리우드의 노하우를 합친 공상과학물이 구매자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반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측에서는 「사나이의 일생」 「판사와 경찰」(텔레프랑스)처럼 로맨스물과 2인조 수사극을 대대적으로 내놓았다.
한편 최근 몇년 사이 새로운 방송세력으로 떠오른 남미의 「텔레페」 「텔레아르테」(아르헨티나) 「글로보 TV」(브라질)사는 드라마를 소설로 만들어 보여주는 「텔레노벨라」 장르의 프로들을 지난해에 이어 선보이며 유럽과 미국 메이저 시장의 틈새를 파고들었다.
다큐멘터리의 경우 자연 풍속물의 전통적 강세 속에 20세기의 역사적 인물과 다이애나왕세자비 재클린 케네디 테레사 수녀 등 저명 여성들의 일대기를 담은 프로그램 등이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아르헨티나의 텔레페사는 인물 다큐 「에비타」를 제작, 『그녀는 결코 「아르헨티나여 나를 위해 울지 말라」고 말한 적이 없다』며 대대적인 광고공세를 펼쳐 단연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마돈나가 주연한 미국 영화 「에비타」가 에바 페론의 실상을 왜곡했다는 입장에서 제작된 것이다.
이같은 경쟁과 성황 속에 16일 막을 내린 MIP TV에는 프로그램 구매희망자로 「정식」 등록한 업체만 2천4백여개사에 이르렀으며 1백여개국에서 1천71개 회사가 판매 부스를 설치했다. 우리나라도 케이블 TV협회와 8개 프로그램공급사들이 공동 부스를 마련한 것을 비롯, KBS MBC가 참여했다. 케이블 TV업체들은 아리랑TV 「씨름」 m.net 「뮤직 파워」 Q채널 「곤충의 세계」 등 57편을, 공중파 방송사는 KBS 「첫사랑」 MBC 「의가형제」 등 10여편을 출품했다.
케이블 TV협회 박관희조사연구실장은 『이미 80만달러 상당의 가계약을 이뤄 호조를 보였다』며 『특히 대만에서 곧 개국할 불교방송이 우리 불교 관련 영화, 다큐 구입에 큰 관심을 보여 1백만달러 이상의 수출 계약이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칸〓권기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