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상자」의 횡포인가. 까다로운 시청자들의 「속좁은」 불평인가.
대학생과 직장인들의 짝짓기 프로그램인 SBS 「TV퀴즈미팅」.
지난 6일 방송된 이 프로의 출연자 20여명이 『프로 촬영과 제작과정에서 부당행위로 우리들을 모독했다』면서 방송사에 대해 공개사과와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의 주장은 녹화 당시 특정 커플에게 정답을 말하는 기회를 편파적으로 우선 제공했고 경기 도중 뒤떨어졌는데도 억지로 도와주는 등 이들을 1위로 만들기 위해 부당행위를 했다는 것.
그러나 제작진은 『재미있고 생동감 넘치는 진행을 하려다가 오히려 공정성에 대한 오해를 살 부분을 낳은 것 같다』면서도 『부분적 실수는 있을지 몰라도 결코 조작은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다.
약 1년간 방송됐던 「TV퀴즈미팅」은 프로그램 부분개편과 함께 20일 막을 내린 상황.
그러나 방송가에서는 이 사건의 진상이 무엇인지를 떠나 이를 계기로 오락프로그램의 제작 관행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재미를 극대화해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답시고 때때로 시청자들을 우롱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가요순위 프로그램들이 종종 조작 논란에 휩싸일 때가 많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이들 프로들은 간혹 1위후보자가 급작스럽게 펑크를 낼 경우 1, 2위 순위가 뒤바뀌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작진에는 「불가피한」, 그러나 시청자는 「속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반면 제작진들은 열성 팬들의 성화를 성토한다. 극성 「오빠부대」 팬들이 집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거센 「위협」을 가해 고심할 때도 많다는 게 이들의 불만이다.
최근 들어 시청자들이 직간접으로 참여하는 오락성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것과 함께 시청자들의 불만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방송위원회에서 집계한 96년 시청자 불만건수는 모두 3백44건으로 95년에 비해 48.9%가 증가했다. 이 가운데 연예오락부문이 2백3건으로 가장 많았다. 방송위원회 조강환 시청자불만처리위원장은 『이처럼 시청자 불만이 증가하는 것은 시청률과 오락성을 최우선시 하는 현재의 방송제작환경 때문』이라면서 『시청자 주권의 확보를 위해 방송사와 시청자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김경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