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씨 CATV인수 의혹]검은돈 은닉처론 『수상』

  • 입력 1997년 5월 4일 20시 28분


李晟豪(이성호)전 대호건설 사장은 왜 적자행진을 계속하던 케이블TV방송국 주식을 액면가의 4배나 주고 매입했을까. 이씨는 정말 「케이블TV왕국」 건설을 꿈꾼 것인가. 이씨가 95년말 자본금이 각각 15억원인 7개 케이블TV 방송국의 주식 75%를 인수하는데 동원한 자금은 3백10억원 규모였으며 모두 현금이었다. 이씨는 자신 소유의 서초케이블TV를 합쳐 모두 8개 케이블TV 방송국을 소유, 53개의 전체 케이블TV방송국의 15%를 장악하게 된 셈이다. 케이블TV의 한 관계자는 『이씨측은 「서초케이블TV에 바로 붙어있는 관악 동작케이블TV를 매입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인수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씨가 서울 뿐만 아니라 지방의 케이블TV까지 인수한 사실은 「실제주인」이 따로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94년말부터 이씨 대리인인 권모 회계사를 통해 주식매입을 제의받았다는 또다른 관계자는 『권씨를 몇차례 만났는데 이씨가 「제삼의 인물」을 위해 인수를 대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현재 이씨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케이블TV를 인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실제주인」으로는 金賢哲(김현철)씨와 모 재벌기업이 거론되고 있다. 당시 이씨측은 대호빌딩 매각자금으로 케이블TV를 매입했는데 이 기업의 경우 95년말 대호빌딩을 시가의 두배가 넘는 8백80억원에 샀기 때문이다. 시가차액중 일부가 케이블TV 매입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면계약을 통한 불법인수는 어차피 사후 공개될 수밖에 없는데 액면가의 4배를 지불한 주식매입 방법이 「비기업적」이어서 이 기업이 「실제주인」일 가능성도 100% 확실한 것은 아니다. 이밖에 케이블TV의 경우 단기 전망은 좋지 않지만 장기적인 투자가치가 있다는 점 때문에 현철씨의 비자금이 들어갔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 가능성은 현철씨가 원래 방송에 관심이 많았다는 점에서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케이블TV 방송의 경우 수년간 계속된 적자로 매년 추가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골프장과는 달리 거액의 「검은 돈」을 묻어두기에는 적당하지 않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이 기업이 현철씨에게 이권을 청탁하고 그 대가로 케이블TV의 일정지분을 현철씨에게 넘겨줬다는 식의 「공동배후설」까지 나오는 등 이씨의 케이블TV 대거매입에 따른 미스터리는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공종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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