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은 물을 담는 수단이지만 담기는 내용물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지난달 졸속과 파행으로 진행돼 국민들을 분노하게 했던 한보청문회. 그 물을 담는 그릇이었던 TV 생중계에 문제점은 없었는가.
한국방송비평회는 7일 오후 「한보청문회 방송보도,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마련했다.
방송평론가 김기태씨는 주제 발표를 통해 청문회 중계 방송의 문제점으로 초반의 중복된 생중계방송으로 인한 전파낭비를 지적했다.
『마치 국제경기를 중복중계하는 방송사의 과열경쟁처럼 초반에 진행됐던 중복 생중계는 전파낭비 뿐 아니라 청문회 자체를 일정기간 시청자들에게 일상화함으로써 오히려 무관심을 불렀다』는 지적이다.
또 TV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인 「정치쇼화(化)」가 이번 청문회 중계방송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이 실속있는 질의를 통해 국민의 욕구를 충족시키기보다 TV라는 홍보매체를 어떻게 하면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지만을 고려한 행태가 비일비재였다는 것. 방송사들이 중계방송외에 청문회 내용과 관련한 추적보도나 기획보도를 하지 않은 것도 TV정치쇼에 그친 한보청문회의 현 주소를 보여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의혹을 밝힐 수 있는 가능성을 중심으로 집중보도하여 추후 청문회에서 그 부분이 드러나도록 이끌거나 시청자들에게 청문회에 대한 전체 구도를 그려주는 보도는 드물었다』는 것이다.
〈김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