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TV, 상담 꽃꽂이 요리 등 통해 「전파 포교」

  • 입력 1997년 5월 17일 08시 13분


깊은 밤 독경소리. 『정구업 진언 수리 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개경계 오방내외 안위 제신진언…』 입으로 지은 업을 깨끗이 하고 세상 모든 방향에 계신 신들의 진언을 듣고자함이니…. 세상사의 번잡한 일들이 어둠에 묻히고 TV프로그램도 종영된 새벽. 노승의 낭랑한 목소리가 잠든 영혼을 두드린다. 「천수경」. 관세음 보살에 귀의해 악업을 그치고 탐욕과 노여움 어리석음의 삼독(三毒)을 멸하고 깨달음에 이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케이블방송 불교TV(채널 32)는 24시간 방송을 중단하지 않는다. 밤12시 반에 정규방송이 끝나더라도 오전 8시에 첫 방송을 할 때까지 밤새도록 독경을 반복해 들려준다. 지난 73년 최초로 독경테이프를 낸 부산 안양사 性空(성공)스님의 목소리. 『무한 욕망을 추구하는 인간들로 혼탁해진 사회에 불교의 지혜를 전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스님은 포교의 한 수단으로 테이프를 만들었다. 하물며 그 영향이 광범위한 방송임에랴 어찌 마다하리. 같은 이유로 여러 스님들이 방송국으로 갔다. 1년 3백65일 매시간 쉬지않고 깨달음을 전하기 위해서다. 요리 꽃꽂이 등 생활정보에서부터 어린이교육 생활상담 불교상식까지 삶의 단편들을 스님들이 직접 전한다. 지난 95년 첫 전파를 탄 이래 속인들이 「스타」로 부를 만큼 많은 시선을 받는 분도 생겼다. 간판 요리사 선재스님. 나날이 인기를 끌고 있는 「푸른 맛 푸른 요리」(목 금 낮12시)에서 채식위주의 건강식인 사찰음식을 소개, 시청자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매회 선보인 음식에 대해 전문 한의원의 영양분석도 곁들인다. 비디오로 만들어 팔라는 주문이 끊이지 않을 정도다. 진옥 스님은 생활과 종교에 대한 상담프로인 「TV 신행(信行)상담」(목 오전11.10)을 진행한다. 후덕한 용모로 차분한 진행을 하는 스님은 주지로 있는 전남 여수 석천사에서 매주 서울을 오가고 있다. 정명스님은 생방송 「날마다 좋은 날」(월∼금 오전10.20)에서 꽃꽂이 강좌를 맡고 있다. 향 등 차 꽃 과일 곡식을 부처님에게 올리는 육법공양물의 꽃꽂이 기법을 전한다. 이밖에 「신나는 연꽃 세상」(월 목 오후4.20)에서 어린이들에게 비유와 우화로 팔만대장경의 내용을 전하는 법현스님, 「불교백과 그건 이렇습니다」(수 낮12.00)를 진행하는 보각스님 등이 돋보인다. 『부처님은 오고 감이 없이 깨달음의 내용으로 모든 곳에 머물러 계신다』 지난 14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보각스님이 한 말이다. 언제 어느 곳에서라도 깨달음의 내용을 접할 수 있도록 불교TV가 24시간 방송을 멈추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원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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