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계 은퇴선언뒤 뒤늦게 코미디 연기자로 출사표를 던졌던 김동길박사(70·태평양시대위원회 이사장)가 「명예퇴직」당했다.
그는 지난 3월말부터 SBS 「코미디 전망대」와 「아이 러브 코미디」 등 두 프로의 시사 코너에 출연해 왔는데 최근 「코미디…」의 「전망대 당무회의」가 인기없다는 이유로 폐지됐기 때문.
김박사는 코미디 프로의 출연과 함께 여러 인터뷰를 통해 『우리 정치가 코미디와 다를 게 없다』면서 『배운 사람이나 못 배운 사람 모두에게 기쁨을 준다면 코미디는 정치 이상의 힘을 가졌다』고 말해왔다. 특히 대본없이 자신의 생각을 표출할 수 있는 시사 코미디에 매력을 느끼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망대…」의 공식적 폐지 이유는 김박사가 두 프로에 겹치기 출연하는 데다 새로 개편된 「코미디 전망대」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방송가 안팎에서는 과거 김박사가 학자와 정치인으로 활동하던 시절처럼 「바람」을 못 일으켰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연출자 신정관PD는 『사실 「전망대 당무회의」는 김박사의 캐릭터를 활용하기 위해 생긴 코너』라며 『구성이나 내용이 참신하지 못해 시청자의 반응이 떨어져 폐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정작 어려운 일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매듯」 이 사실을 당사자 김박사에게 전하는 것. 삼고초려(三顧草廬)아닌 「오고초려(五顧草廬)」끝에 코미디 프로 출연을 성사시켰는데 1개월여만에 그만 나오시란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결국 두주나 지난 12일 폐지 사실을 알렸다는 후문이다.
신PD는 김박사로부터 『프로그램 컬러가 맞지 않으면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 기회가 되면 다시 일하자』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한편 위원회측은 『평소 김박사님이 시사코미디에 애착을 많이 갖고 있다』며 『품위만 유지된다면 다른 코미디 프로에도 계속 출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