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문화예술프로 씨말랐다…「교양없는 TV」로 전락

  • 입력 1997년 5월 19일 08시 08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TV드라마가 많은 나라. 그리 달갑지 않은 이 TV에 대한 정의(定義)에 19일부터 씁쓸한 꼬리표 하나가 더 붙게 됐다. 「2백개가 넘는 방송3사의 TV프로그램 가운데 문화를 다루는 진지한 프로가 하나도 없는 나라」. 이번 프로 개편에서 KBS 1TV의 「문화탐험 오늘」이 신설 두달만에 없어지면서 문화예술 관련 프로가 TV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이다. 방송사들은 이미 지난 3월 「문화특급」(MBC) 「문화가 산책」(KBS1)을 폐지하면서 음악 미술 무용 연극 등 순수문화를 다루는 프로를 몰아냈다. 「문화탐험 오늘」은 3월 「문화가 산책」의 후속으로 신설됐던 프로. 지금까지 「할리우드 키드, 3인의 독백」 「초록물고기와 충무로의 미래」 「문화에 나타난 페미니즘」 「새로운 대중매체 만화」 등을 다루면서 문화현상과 대중문화의 이면을 살펴보는 새로운 문화 다큐멘터리로 자리를 잡았다. 「문화가 산책」보다는 훨씬 대중화됐지만 문화를 오락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다른 프로그램에 비하면 진지한 접근이 돋보이는 프로였다. 시청률도 7∼8%대를 유지해 심야시간대 프로치고 낮은 편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 프로가 두 달만에 폐지된 이유는 보통 2,3명이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다른 심야시간대 프로에 비해 6명에 달하는 인력과 비용의 투입이 너무 많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충웅 편성실장은 『꼭 시청률이나 제작 비용때문에 폐지한 것이 아니다』면서 『독립프로로 필요하다는 판단이 서면 되살릴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시청률이나 돈에 좌우되는 것이 우리의 제작현실이고 보면 TV에서 문화를 다루는 진지한 프로그램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김희경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