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팝]댄스그룹 『요지경 노래말』 풍자냐…항변이냐…

  • 입력 1997년 5월 30일 07시 21분


신세대 댄스 그룹들이 제도 교육과 사회를 공격 풍자하는 노래말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또래 팬들은 『할 말을 대신했다』며 음반을 사고 기성 세대는 『문제의 심각성은 인정하지만 진지함이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이쯤되면 사회 풍자 노래말을 둘러싼 세대간 논쟁이 나올 법도 하다. 우선 그룹 「잭스 키스」의 「학원별곡」. 「…학교종이 쨍하고 울리면서 우리들의 전쟁은 시작된다. 모두의 친구는 모두의 적…」. 교실을 억누르는 1등 우선주의. 여기에 시달리는 또래들의 강박 관념을 노래했다는 게 「잭스 키스」의 설명이다. 「너무나 숨가쁘게 살았지…오로지 최고만이 최고의 인생이 살아갈 이유라고…얼마나 무거운 강요속에 살았는지 봐…」. 그룹 「어스」의 「자유」다. 최고만이 내 세상이라는 명제의 버거움. 신인그룹 「키드」가 부른 「오 난리야」의 무대는 요지경 가정. 「해가 지면 우리 큰형은 번쩍 광을 내고 어디론가 나가 누나도 마찬가지야 괜히 천장보고 누워있다가 오 말세야…」. 왜 그럴까. 일각에서는 댄스 그룹들이 신세대 세계관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는 분석을 한다. 하나의 대중문화군단으로 세력화된 신세대들의 아우성이 그 바탕. 반면 「비판의 상품화」를 우려하는 지적도 거세다. 고민의 흔적이 없고 생각나는대로 뱉을 뿐이라는 것. 게다가 일부 제작자들은 아예 작사가들에게 풍자 가사를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 댄스 그룹의 풍자적 노래말의 「허상」을 엿볼 수 있는 일화 하나. 서태지가 「발해를 꿈꾸며」를 발표하자 여론은 신세대가 통일을 노래했다며 떠들썩했다. 당시 문답. 『통일에 관해 어떤 책을 읽었나』『읽어본 적 없다. 그저 청소년들이 통일을 잊어버리는 것 같아 노래로 만들었다』 신세대 풍자 노래말의 현주소가 아닐까. 최근 「DJ 덕」은 「개판」등의 단어가 나오는 「삐걱삐걱」의 노래말이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자 음반을 자진 회수하고 있다. 〈허 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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