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밤 9시 KBS 2TV에서 방영된 드라마 스페셜 「이야기」는 두 주역의 짧고도 우연한 만남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긴 울림」을 안겨주었다. 프랑스 영화 「남과 여」와는 전혀 다르면서도 그것을 떠올리게 하는….
채식주의자에다 매사 깔끔하며 컴퓨터 회사에서 근무하는 여자(남주희 분). 꾸깃꾸깃한 잠바에 매사 털털하고 덤벙대는 고고학도 남자(박진성 분).
두사람은 비행기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되면서 알게 된다.
약혼자의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대구에 내려가게 된 여자가 경주 발굴지를 찾아가는 남자의 승용차에 동승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대구까지 가는 동안 일어나는 몇가지 일들과 서로 나눈 대화가 드라마의 줄기다.
두 사람은 차 안에서, 때로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또는 잘못 들어선 비포장도로위에서 최근 히트한 드라마부터 결혼에 대한 생각, 여성(남성)에 대한 생각, 직장관, 그외 시시콜콜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입씨름을 하기도 하고 여행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몇가지 어려움을 겪으면서 서로 사는 방식의 차이를 알게 된다.
여자가 잃어버린 휴대전화를 이유로 여자의 연락처를 건네받지만 그것마저 잃어버리는 남자. 두 사람이 다시 만날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우연으로 남게 된 만남이 주는 느낌은 따뜻하다.
「로드 무비」의 형식을 취한 이 드라마의 등장인물은 두 사람뿐. 단순한 구도이지만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는가 하는 만남의 과정을 부드러운 시선으로 그려냈다.
「이야기」는 성격이 강한 등장인물이나 스피디한 사건전개를 통해 자극하지 않아도 드라마가 재미있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자칫 「짧은 만남이 남긴 로맨스」류의 상투적으로 흐르기 쉬운 스토리를 깔끔하게 마무리한 느낌이다.
〈김희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