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창문 너머로 옆집을 들여다본다. 그가 훔쳐보는 아파트에는 사랑에 불타는 남녀의 정사가 펼쳐진다. 여자는 남자가 옛날에 좋아했던 소꿉친구. 남자는 여자를 되찾을 날을 기다리며 날마다 「훔쳐보기」를 계속한다….
영화 「애딕티드 러브」 (Addicted To Love)를 끌고 가는 힘은 제목 그대로 사랑에 중독된 편집증적 사랑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편집증은 으스스한 게 아니라 귀엽고 웃긴다. 주인공 멕 라이언의 이미지 그대로다.
샘(매튜 브로데릭 분)은 미국 중서부에서 일하는 낭만적 천문학자. 매기(멕 라이언)는 뉴욕에 사는 사진작가다. 두 사람에겐 공통점이 있다. 연인에게서 매정하게 버림받았다는 것. 서로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두 사람은 로맨틱한 아파트에 둥지를 튼 과거의 연인들을 감시하고 복수하기 위해 만난다. 이들은 과거의 애인들, 안톤과 린다를 기발한 방법으로 골탕먹이지만 네 사람의 관계는 이상하게 뒤얽힌다.
이 영화에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수다스러움을 대신하는 것은 활동사진의 환상성이다. 샘과 매기는 옆집을 캠코더로 찍어 벽면에 투사하다 못해 도청장치까지 해놓고 생생한 「중계」를 듣는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또 하나의 활동사진은 과거의 사랑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두 사람의 혼돈된 의식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실체와 환상사이, 현실과 영화사이. 그 구별을 누가 알랴.
영화에 끊임없이 겹쳐지는 대형 프로젝션의 이미지는 또한 관객 스스로 옆집을 염탐하는 듯한 은밀한 쾌감마저 준다. 멕 라이언은 너무 늙고, 매튜 브로데릭은 흡인력이 없으며 두 사람이 사랑하게 된다는 결말은 처음부터 예상된다. 그래도 이 영화가 현재 미국에서 「쥬라기 공원2」 다음가는 흥행을 올린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신연수기자〉